설거지를 끝내고 조용한 저녁에 라디오를 켜면, 그날 처음으로 남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게 가끔 신기하다. 말을 건 적도 없고 대화도 아닌데, 무언가에 둘러싸여 있는 기분이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라디오는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손전등처럼 버튼을 한 번 누르고 손을 떼면 끝인 물건과, 화면을 열고 앱을 고르고 재생을 누르는 물건은 뭔가 다르다. 전자가 더 편해서가 아니다. 그 사이에 들어가는 동작이 하나도 없어서, 켜는 일 자체가 사라지는 쪽에 가깝다.
영국의 디지털 라디오 수신기 Pure Chronos — Plaretyagain, CC BY 4.0 (Wikimedia Commons)
그래서 오랜만에 껐다. 끄면 방이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방이 된다. 그 낯설음이 조금 좋았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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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3 22:05
저도 예전에 잠깐 라디오를 끄고 살아본 적이 있어요. 처음 며칠은 오히려 방이 낯설더니, 그 다음부터는 바닥이 조금 더 잘 들리는 기분이었어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같은 거요. 끄는 일도 하나의 듣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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