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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만 매출이 19.4% 늘어난 3년 — 서울이 골목상권과 반대로 간 이유

빗방울 2026.11.03 22:27 8분 읽기 조회 22 · 추천 2

2021년 5월, 서울시의회가 2016~2021년 카드 매출액 자료를 토대로 1,493개 세부 상권과 63개 세부 업종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숫자는 한쪽으로만 쏠려 있지 않았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골목상권·발달상권·관광특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2019년 매출이 10.1~17.9% 줄고 코로나 기간에도 감소가 이어졌는데, 전통시장만 2021년 총매출이 2018년 대비 19.4% 증가했다. 팬데믹 3년 동안 서울 안에서 두 개의 다른 도시가 돌아간 셈이다.

한 장의 표로 압축된 서울

보고서의 수치를 순서대로 따라가면 그림이 또렷해진다. 2019년에는 전통시장도 다른 상권처럼 매출이 13.0% 줄었다. 전염병이 오기 전까지 전통시장은 특별히 잘 나가는 상권이 아니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방향이 갈라졌다. 전통시장은 회복했고, 골목상권과 발달상권은 회복하지 못했다.

점포당 매출로 봐도 결론은 같다. 전통시장은 코로나 기간인 2020~2021년 점포당 평균 매출이 약 4.6% 늘었다. 골목상권과 발달상권은 2020년에 소폭 늘었지만 2021년에 2018년 수준을 되찾지 못했다. 전체로 보면 점포당 평균 매출은 2019년 6,424만 9천 원에서 2021년 6,823만 8천 원으로 늘었는데, 이 평균값은 상권이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전체 1,493개 상권 가운데 765개(51.2%)가 같은 기간 점포당 평균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 평균이 오른 것은 남은 쪽이 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무엇이 다른가

서울시 상권 분석은 대체로 상권을 몇 가지로 나눈다. 골목상권은 주거지 사이 이면도로에 생긴 동네 상가, 발달상권은 지하철역이나 대학가처럼 유동인구가 모이는 간선 도로변 상가, 관광특구는 외국인과 관광객 비중이 높은 구역, 전통시장은 상인들이 오래 자리 잡은 시장 구역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매출이 나오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좁은 통로에 점포가 빽빽하게 붙어 있고, 고정 고객이 반복해서 오며, 식료품·반찬·생활용품처럼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을 판다. 팬데믹 동안 집밥이 늘고 외식이 줄었을 때 이 구조는 불리하지 않았다.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가는 사람이 줄지 않았고, 배달과 포장으로 전환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반면 골목상권과 발달상권의 상당 부분은 외식·서비스·모임이 매출의 뿌리였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가게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다.

왜 갈라졌나 — 세 가지 압력

첫째는 소비 방식의 이동이다. 보고서는 소매업 매출이 2020년에 24.6% 늘었다고 기록한다. 같은 해 외식업과 서비스업은 회복하지 못했다. 2018~2019년 두 해에 걸쳐 외식업은 15.1%, 서비스업은 11.9%, 소매업은 15.6% 줄었는데, 코로나 이후 소매업만 반대로 튄 것이다. 비대면으로 거래할 수 있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이 갈린 결과다.

둘째는 유동인구의 성격이다. 역세권·대학가·유흥가는 통행량 자체가 줄면 매출이 곧바로 꺾인다. 반면 생활권 안의 시장은 오가는 사람이 줄어도 필요해서 오는 사람이 남는다. 셋째는 임대 구조다. 골목상권과 발달상권은 임대료가 시세에 따라 오르내리고, 세입자가 나가면 다음 세입자를 기다리는 공실이 생긴다. 전통시장은 개별 점포의 임대 조건이 다양하고 상인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충격이 임대료로 즉시 전이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업종은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상권은 왜 안 죽었다고 말하나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업종 구성의 방향이다. 외식과 서비스가 줄고 소매가 늘었다는 것은 가게 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가게가 하는 일이 바뀌었다는 뜻에 가깝다. 같은 자리에서 밥을 팔던 집이 반찬이나 식재료, 생활용품을 파는 형태로 옮겨간다면 상권의 점포 수는 그대로여도 매출의 성격은 달라진다.

이 지점에서 통념과 실제가 어긋난다. 흔히 '골목상권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매출 감소는 상권의 소멸이 아니라 상권이 담당하던 기능의 축소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모여 먹고 마시는 기능이 줄어든 자리를, 배달·포장·생활구매가 부분적으로 메운다. 다만 그 대체가 모든 가게에 균등하게 오지는 않는다. 같은 상권 안에서도 소매로 전환한 점포는 살아남고, 전환하지 못한 점포는 문을 닫는다. 보고서가 '영세 상권의 매출 피해가 두드러졌다'고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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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통시장(광장시장) 통로. 2022년 10월 촬영 — Bgag, CC0 (Wikimedia Commons)

권리금·보증금·월세 — 한국 상가의 3층 구조

한국 상가 임대차를 이해하려면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날 때 돌려받는 돈이다. 월세는 매달 내는 사용료다. 권리금은 보증금·월세와 별개로, 기존 세입자가 '이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는 권리'를 다음 세입자에게 넘기며 받는 돈이다. 상권이 좋으면 권리금이 붙고, 상권이 식으면 권리금이 사라진다. 최근 서울 일부 상권에서 '무권리금' 점포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임대료가 내려갔다는 뜻이 아니라, 자리의 미래 가치를 아무도 사려 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공실률은 전체 점포 중 비어 있는 비율이다. 공실이 늘면 임대인은 월세를 내리기보다 세입자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건물 가격이 임대료에 연동돼 있어, 월세를 낮추면 자산 가치 평가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대료가 안 내려가는데 가게는 비어 있다'는 상황이 흔히 나타난다. 전통시장은 이 구조와 조금 다르다. 개별 점포 소유와 임대가 뒤섞여 있고, 상인회가 시장 전체 운영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자본의 임대료 인상 압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것이 팬데믹 충격을 덜 받은 배경 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다른 도시는 어땠나 — 비교는 제한적이다

같은 기간 다른 나라 상권에도 비슷한 분기가 있었다. 관광·유흥 중심 상권이 타격을 받고 생활밀착형 상권이 버틴 사례는 여러 도시에서 보고됐다. 다만 이 보고서는 서울 1,493개 상권의 카드 매출 자료만 다루므로, 다른 도시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수치는 원문에 없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어 두는 것이 정확하다.

이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

첫째, 이 분석은 카드 매출을 기반으로 한다. 현금 매출 비중이 높은 영세 점포는 상대적으로 적게 잡힌다. 카드 사용이 늘어난 시기와 겹치면 매출 증가가 실제 소비 증가보다 크게 보일 수 있다.

둘째, 보고서의 발주처는 서울시의회다. 상인 지원과 상권 활성화 대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는 성격이고, '포화된 소상공인 구조를 첨단산업 일자리로 전환'하자는 제언도 특정한 정책 방향을 전제한다. 매출 감소가 곧 폐업이나 손실과 같지는 않으며, 매출이 늘어도 임대료가 함께 오르면 점주에게 남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셋째, 2021년까지의 자료다. 이후 배달 플랫폼 수수료, 금리 상승에 따른 상가 가격 조정, 온라인 소비 확대가 이 구도를 다시 흔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 이후의 상권 흐름은 이 보고서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독자에게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서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이 바뀐 가게는 무엇인가. 밥을 팔던 자리가 무엇으로 바뀌었는지, 그 자리의 월세와 권리금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관찰해 보면 이 글의 숫자가 자기 동네 이야기로 바뀐다. '상권이 죽었다'와 '업종이 바뀌었을 뿐이다'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여러분의 동네는 어느 쪽인가.

참고 자료

연합뉴스, 「코로나에도 서울시내 전통시장 활기…골목·발달상권은 타격」(윤보람 기자), 2022년 5월 24일 09:00 — https://www.yna.co.kr/view/AKR20220523146000004

근거 보고서: 서울시의회, '서울시 상권 매출액 분석을 통한 소상공인 피해 추정 및 정책적 합의' 빅데이터 보고서(2016~2021년 카드 매출 자료 기반). 기사에 인용된 수치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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