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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1월의 어느 상층일기도와 2023년 12월의 어느 상층일기도를 나란히 놓고 보면, 기상학자가 먼저 보는 것은 제트기류의 축이다. 그 축 위에 얹힌 로스비파(Rossby wave)의 굽이가 어디에 걸려 있는지, 그 굽이가 동쪽으로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가 겨울철 한파와 폭우의 위치를 정한다. 지난 70년 동안 그 축은 조금씩 극 쪽으로, 혹은 더 강하게 바뀌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변화가 파동의 위상속도(Cpx)를 얼마나 바꿨는지를 재는 방식이 줄곧 문제였다.

Zhixiang Li, Jianhua Lu, Yimin Liu, Tim Woollings 네 저자가 2026년 11월 4일 arXiv에 올린 논문 <Shifts in Rossby wave regimes via the change of group velocity with zonal jets>(arXiv:2611.05922)는 바로 그 잣대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대상은 ERA5 재분석 70년(1954~2023), 즉 위성 이전 시대의 라디오존데와 이후의 재분석이 겹쳐지는 기간 전체다. 결론부터 말하면, 논문은 로스비파의 군속도(Cgx) 변화가 위상속도 변화보다 2~3배 크며, 극단기상의 변화를 읽는 열쇠는 파동의 속도가 아니라 파동 레짐의 이동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위상속도와 군속도, 이름은 비슷하지만 재는 것이 다르다

위상속도는 파동의 마루 하나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속도다. 일기도에서 등압선의 골이 하루에 몇 도 경도만큼 움직였는지를 재면 대략 그 값이 나온다. 반면 군속도는 파동의 에너지, 다시 말해 파속(wave packet)이 실제로 실어 나르는 속도다. 로스비파는 분산성 매질 위를 지나기 때문에 이 둘은 같지 않고, 종종 반대 방향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의 경향 분석이 거의 예외 없이 Cpx를 썼다는 점이다. 관측이 쉽고, 일기도에서 눈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은 이 선택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물리적 오독이었다고 본다. 제트기류가 강해지면 배경 흐름이 파동의 분산 관계를 바꾸고, 그때 Cgx는 Cpx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위상속도의 미세한 변화는 군속도 쪽에서 확대되어 나타난다.

지도 위에 그려진 70년: 아열대와 극지에서 느려지고, 중위도에서 빨라졌다

논문이 제시하는 그림은 단순한 전구적 가속이나 감속이 아니다. 로스비파 Cgx는 아열대와 극지역에서 유의하게 감속했고, 중위도에서는 뚜렷하게 가속했다. 특히 동아시아-태평양-북미(EA-PNA) 구역과 북대서양-유럽 구역에서 이 대비가 두드러진다. 같은 위도대 안에서도 구역에 따라 부호가 갈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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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일 북미 상공의 제트기류 예측도. 제트 축의 위치와 강도가 파동의 전파를 정한다 — NOAA Storm Prediction Center / NAM,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이 대비는 파동의 이동 속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 예컨대 어떤 해에는 같은 자리에서 폭우가 반복되고 다른 해에는 빠르게 지나가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들은 이 구역별 대비가 제트기류의 구조 변화, 즉 상층 제트의 극 쪽 이동과 중위도 제트의 강화가 결합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의 크기다. Cgx 경향은 Cpx 경향의 2~3배로, 위상속도만 보던 기존 연구라면 잡음 속에 묻혔을 신호가 군속도에서는 또렷한 패턴으로 드러난다.

레짐이 옮겨간다: 이동성 종관 규모에서 준정지 행성 규모로

군속도의 감속과 가속은 파동의 시공간적 성격 자체를 바꾼다. Cgx가 느려지는 구역에서는 파동이 오래 머무르면서 파장이 긴 준정지 행성 규모 레짐이 우세해지고, Cgx가 빨라지는 구역에서는 짧은 파장이 빠르게 지나가는 이동성 종관 규모 레짐이 우세해진다. 논문은 이를 "레짐의 이동(shift)"이라고 부른다.

이 구분은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준정지 파동은 같은 지역에 며칠씩 머물며 열파나 집중호우를 누적시키고, 이동성 파동은 짧고 강한 전선 통과로 끝난다. 같은 강도의 제트기류 변화라도 어느 쪽 레짐이 늘어나느냐에 따라 피해의 모양이 전혀 달라진다. 논문은 극단 사건의 경향을 "파동이 느려졌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던 관행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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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비파의 골과 능, 그리고 상층 기압골축(독일어 도해). 파동의 위상은 이동하지만 에너지는 군속도로 따로 흐른다 — Gustavsson321,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반전: 극단 사건의 변화는 위상속도로 설명되지 않는다

논문의 가장 도발적인 문장은 서두에 있다. 로스비파 위상속도의 경향으로 극단 사건과 편서풍 제트의 관계를 해석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파동이 느려져서 극단 사건이 늘었다"고 설명하던 상당 부분이 잘못된 지표를 쓴 추론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반전이 기존 관측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상속도의 경향은 실제로 존재하고, 극단 사건의 경향도 존재한다. 다만 둘을 잇는 인과의 고리가 Cpx가 아니라 Cgx라는 것이다. 같은 데이터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이 구조는, 기후과학에서 지표 선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경쟁 가설과 반론: 열풍역학인가, 내부변동인가

첫 번째 경쟁 가설은 제트기류 자체의 열풍역학(thermal wind) 변화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입장이다. 대류권 상부의 온도 경도가 제트를 정하고, 제트가 파동의 전파를 정한다는 사슬이다. 논문은 이 사슬을 부정하지 않지만, 제트의 세기 변화만으로는 구역별로 갈라지는 Cgx 부호를 재현하기 어렵다고 본다.

두 번째는 내부변동(internal variability) 가설이다. 70년은 기후 변화 신호와 수십 년 주기의 자연 변동을 분리하기에 짧다. 논문은 이 반론에 CESM2 Large Ensemble을 동원해 답한다. 유라시아-태평양-북미 구역에서 관측된 패턴은 외부 강제력에 대한 강제 반응(forced response)으로 확인되었고, 이는 내부변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들은 극지역과 북대서양에서는 불확실성이 남는다고 명시한다.

논문이 스스로 인정한 한계

저자들이 직접 밝힌 첫 번째 한계는 지역적 비대칭이다. EA-PNA와 북대서양-유럽에서는 강제 반응이 확인되지만, 극지역과 북대서양 일부에서는 앙상블과 관측이 일치하지 않는다. 즉 "전 지구적으로 검증되었다"는 식의 확대 해석은 논문 자신이 허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방법론적 한계다. Cgx는 직접 관측되는 양이 아니라 배경 흐름과 파수로부터 계산되는 유도량이며, 그 계산은 파동의 정상성 가정에 의존한다. 레짐이 빠르게 바뀌는 시기에는 이 가정이 깨질 수 있다. 또한 논문은 극단 사건 자체의 발생 빈도를 직접 회귀분석한 것이 아니라, 레짐 이동이 극단 사건과 연결된다는 기존 문헌의 틀 위에서 해석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이 논문은 "극단 사건이 늘어난 원인"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찾는 지표를 교체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다시 물어야 하나

이 논문을 읽고 나면 일기예보의 문장 하나가 다르게 들린다. "제트기류가 약해져 파동이 정체되었다"는 설명은 이제 "제트기류가 파동의 군속도를 늦춰 준정지 레짐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으로 대체될 수 있다. 전자는 원인을 세기에 두고, 후자는 원인을 전파 구조에 둔다. 같은 사건을 두고 예보관과 기후학자가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이상기후의 원인" 설명 중 몇 개가, 실제로는 검증되지 않은 지표 하나에 기대고 있을까. 그리고 그 지표가 바뀌면, 지난 10년간의 기후 서사 중 무엇이 다시 쓰여야 할까.

참고 자료

Li, Z., Lu, J., Liu, Y., & Woollings, T. (2026). Shifts in Rossby wave regimes via the change of group velocity with zonal jets. arXiv:2611.05922 [physics.ao-ph].

원문: https://arxiv.org/abs/2611.05922v1

데이터: ERA5 재분석(1954~2023), CESM2 Large En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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