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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6일 오후, 런던의 한 통신사 편집국은 디스 이즈 머니(This is Money) 기사 한 줄로 그해 가을을 예고했다.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ONS) 집계에서 영국 유통업 고용은 2025년 6월 기준 278만 명이었다. 1년 전보다 9만 7,000명 적다.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라진 일자리가 거의 40만 개다. 기사 제목이 붙잡은 단어는 '기록적 최저(record low)'였다. 그런데 같은 문단에서 점주들이 내놓은 표현은 '가게가 망했다'가 아니라 '세금으로 밀려났다(taxed out)'였다. 이 두 문장 사이의 간격이 이번 사안의 전부다.

문을 닫은 가게가 아니라, 계산대 뒤에 서 있던 사람

숫자를 다시 읽어 보자. 278만 명은 산업 전체 고용이고, 1년 새 줄어든 9만 7,000명은 한 도시의 인구에 맞먹는 규모다. 10년 누적 감소분은 약 40만 명. 이 기사의 출발점은 폐업 점포 수가 아니라 고용 통계라는 점이 중요하다. 점포가 비면 사진이 남지만, 사람이 빠지면 숫자만 남는다.

원문이 지목한 비용은 네 갈래다. 지난해 예산안으로 상점들이 떠안은 추가 비용이 70억 파운드였고, 11월 26일로 예고된 다음 예산안에서 또 오를 수 있다는 불안이 붙는다. 고용주 국민보험(employer National Insurance) 인상, 최저임금 인상, 사업재산세(business rates), 포장세(packaging tax)가 그 목록이다. 테스코(Tesco), 모리슨(Morrisons), 커리스(Currys) 같은 대형 체인이 이 비용 인상 이후 감원에 들어갔고, 퀴즈(Quiz)·세라핀(Seraphine)·클레어스(Claire's) 같은 브랜드는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고 기사는 전한다.

영국 켄트주 길링엄의 하이스트리트, 2025년 9월. 뷰티숍·복권판매점·수리점·소형 카지노가 한 블록에 붙어 있는 전형적인 영국 근린상가 풍경 — OathO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영국 상가의 뼈대 — 프리홀드, 리스홀드, 그리고 사업재산세

한국 독자에게 이 사안이 낯설게 읽히는 이유는 제도 이름보다 '무엇을 사는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상업용 부동산은 건물과 땅을 영구히 소유하는 프리홀드(freehold)와, 99년·125년·999년처럼 긴 기간의 사용권만 사는 리스홀드(leasehold)로 권리가 갈린다. 상점을 여는 사업자는 보통 몇 년 단위의 상업용 리스(commercial lease)를 맺고 그 기간 동안 정해진 임대료를 낸다. 계약 종료 시 갱신 협상이 붙고, 임대료 검토(rent review) 조항으로 중간에 액수가 조정되기도 한다.

한국의 상가 시장과 비교하면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 한국의 보증금은 돌려받는 돈이지만 영국 상업 리스에서는 보증금(deposit)이 보통 몇 달치 임대료 수준의 담보로 묶이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개인보증(personal guarantee)인 경우가 많다. 둘째, 권리금(장사 자리의 영업재산 가치를 사고파는 관행)은 영국에서 제도로 자리 잡지 않았다. 셋째, 한국에 없는 비용이 하나 더 있다. 사업재산세다. 건물의 가상 임대료인 과세가치(rateable value)에 세율을 곱해 매기고, 임차인이든 소유자든 점포를 점유하는 쪽이 부담한다.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 위 설명은 영국의 일반적 배경이고, 이번 기사는 개별 점포의 임대 조건이나 사업재산세율, 리스 기간을 제시하지 않는다. 원문에 근거가 있는 것은 추가 비용 총액 70억 파운드와 세목의 이름까지다. 구체적 계약 구조는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긴다.

같은 예산안이 두 업종을 동시에 눌렀다

원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유통업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식·숙박업 단체인 UK 호스피탤리티(UK Hospitality)는 예산안 이후 이 업종에서 8만 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대표 케이트 니콜스(Kate Nicholls)의 표현은 업종을 넘어선다. '호스피탤리티는 세금으로 밀려나고 있고, 비용 증가의 규모가 너무 커서 기업들이 감원, 가격 인상, 투자 축소,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있다.' 점포 옆의 술집과 식당이 함께 흔들린다는 것은, 상권이 '가게의 문제'가 아니라 '거리의 문제'라는 뜻이다.

영국소매연합(British Retail Consortium, BRC) 대표 헬렌 디킨슨(Helen Dickinson)은 이 통계를 예산안을 앞둔 '서늘한 경고(stark warning)'라고 불렀다. 그녀가 든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예산책임청(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OBR)이 고용권리법안(Employment Rights Bill)의 고용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다음 예산안의 추가 비용 위험이다. 그녀의 결론은 '예산안이 하이스트리트의 비용을 더 올리면, 그 값을 치르는 것은 지역의 유연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임대료가 아니라 청구서 — 이 사안을 읽는 축

상권 쇠퇴를 설명할 때 흔히 쓰는 변수는 임대료다. 그런데 이 기사의 무게중심은 임대료가 아니다. 세금과 인건비다. 임대료는 협상으로 내릴 수 있지만, 고용주 국민보험과 최저임금, 사업재산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점주 입장에서 이 비용들은 점포를 접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고정 조건'이고, 임대료는 그 조건 위에서 조정 가능한 '변수'다. 그래서 이 국면에서 가게가 사라지는 방식은 임대료 폭등형이 아니라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로 나타난다.

원문에는 이 변화가 특정 도시의 특정 거리에서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한 현장 묘사가 없다. 통계와 업계 발언, 그리고 대형 체인의 감원 사례가 전부다. 따라서 '어느 거리'를 콕 집어 서술하는 것은 원문 근거를 넘는 일이 된다. 다만 기사가 인용한 업종 구성의 변화 방향은 읽을 수 있다. 의류·액세서리 브랜드의 정리와 대형 마트의 감원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외식·숙박업의 감원이 따라붙는다. 소비재 매장이 빠지고 남는 자리를 채우는 업종에 대한 정보는 이 기사에 없다.

왜 지금인가 — 네 가지 비용이 같은 회계연도에 겹쳤다

시점이 결정적이다. 고용주 국민보험 인상, 최저임금 인상, 사업재산세 조정, 포장세가 같은 예산 사이클에서 겹쳤다. 개별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도 네 개가 동시에 오르면 점포의 손익 계산이 한 번에 뒤집힌다. BRC가 '더 나쁜 일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1월 26일 예산안이 이 목록에 다섯 번째 항목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디 UK 대표 자일스 헐리(Giles Hurley)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운영 비용에 영향을 주는 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이 발언은 하루 전에 나왔고, 원문은 이를 식료품 가격과 연결해 배치했다. 세금이 점포의 셔터를 내리게 하고, 그 셔터가 다시 장바구니 가격표로 이어진다는 연결선이다. 다만 이 연결은 업계의 주장이지, 원문이 독립적으로 검증한 인과관계는 아니다.

통념과 다른 지점 — '상권 몰락'이 아니라 '고용 구조의 재편'

흔한 서사는 이렇다. 온라인 쇼핑이 이기고, 하이스트리트가 비고, 도심이 죽는다. 이 기사가 실제로 보여주는 것은 조금 다르다. 10년간 4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안 영국의 소매 매출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진 것은 매장 뒤의 인력 구조다. 계산대를 줄이고, 물류와 온라인 주문 처리로 사람을 옮기고, 임시직과 단시간 계약을 줄이는 방식이다. 즉 '가게가 없어졌다'기보다 '가게 안의 일자리 배치가 바뀌었다'는 쪽이 통계에 더 가깝다.

이 재해석이 중요한 이유는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권 몰락이라고 진단하면 빈 점포를 채우는 정책이 나온다. 고용 구조 재편이라고 진단하면 비용 구조와 인력 계약을 손보는 정책이 나온다. 원문의 업계 인사들은 후자를 요구한다. 예산안이 비용을 더 올리면 '지역의 유연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이 주장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 비용 인상이 없었어도 온라인 전환이 같은 속도로 진행됐을 수 있고, 업계 발언은 자기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한국의 골목상권과 겹쳐 보기 —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가장 가까운 비교 대상은 서울의 골목상권, 그중에서도 임차 비중이 높고 대형 유통과 온라인이 동시에 압박하는 지역이다. 같은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점포의 고정비가 임대료·인건비·공과금 세 갈래로 고정돼 있다는 것. 둘째, 그 비용이 오를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단시간·청년 일자리라는 것. 셋째, 업종 단체가 정책 당국에 비용 완화를 요구하는 구도가 같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제도에 있다. 한국은 보증금과 권리금이 상가 계약의 중심축이고, 임차인이 나갈 때 그 돈을 어떻게 회수하느냐가 폐업 결정의 핵심 변수다.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은 자리에서는 임차인이 손실을 감수하고 나올 수밖에 없고, 그 손실이 다시 '버티기'로 이어진다. 영국은 권리금 대신 사업재산세가 점유 자체에 매겨진다. 즉 한국은 '나갈 때의 비용'이, 영국은 '머무는 동안의 비용'이 점주의 판단을 규정한다. 같은 세금 인상이라도 어느 지점에 부과되느냐에 따라 상권이 비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비교의 요지다.

이 비교는 구조적 유사성에 근거한 것이며, 원문이 한국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구체적 수치로 두 나라를 나란히 놓는 것은 이 기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사료의 한계 — 누구의 목소리로 쓰였나

이 기사는 ONS 통계라는 1차 자료에서 출발하지만, 해석의 대부분은 업계 단체의 발언으로 채워져 있다. BRC와 UK 호스피탤리티는 비용 인하를 요구하는 당사자다. 그들이 제시하는 70억 파운드, 8만 4,000명, 40만 명 같은 수치는 각각 다른 출처와 다른 집계 기준을 가질 수 있는데, 원문은 이 차이를 정리하지 않는다. 또한 테스코·모리슨·커리스의 감원이 정확히 어떤 세목 때문에 결정됐는지에 대한 개별 근거도 제시되지 않는다. 정부 측 반론, 즉 비용 인상이 재정 건전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는 이 글을 '업계의 계산서'로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 우리 동네 상가가 버티는 비용은 어디에 붙어 있나

영국의 점주는 '나가는 비용'이 아니라 '머무는 비용'과 싸우고 있다. 한국의 점주는 나갈 때 권리금을 건질 수 있느냐로 버틴다. 두 구조 모두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가게가 버티는 힘은 손님 수에서 오는가, 아니면 비용 구조에서 오는가. 우리 동네에서 문을 닫는 가게를 떠올려 보자. 그 가게를 접게 한 것은 임대료였나, 아니면 매달 날아오는 청구서였나. 그리고 그 청구서는 임차인에게 붙어 있었나, 건물주에게 붙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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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Emily Hawkins, 「Almost 400,000 retail jobs lost in a decade: High Street bosses warn firms are being 'taxed out'」, This is Money, 2025년 9월 16일. 원문 링크

· 1차 통계: 영국 통계청(ONS) 유통업 고용 집계(2025년 6월 기준), 원문 인용.

· 제도 배경(프리홀드·리스홀드·사업재산세)은 영국 상업용 부동산의 일반적 설명이며, 이번 기사에는 계약 조건의 구체적 수치가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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