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밤, 가습기를 켜 두고 아침에 보면 책상 위 검은 모니터와 유리컵 표면에 눈처럼 가느다란 회백색 가루가 앉아 있습니다. 손끝으로 쓸면 묻어나고, 물티슈로 닦으면 미끈하게 지워지지 않고 살짝 간질간질한 가루가 남습니다. 가습기는 물을 넣는 기계인데, 물이 아닌 무언가를 방에 뿌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가습기 살균제'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부터 '수돗물 불소 때문'이라는 추측까지 섞여 돌아다닙니다. 그러나 이 가루의 정체는 훨씬 평범하고, 그래서 오히려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물 한 통에서 출발해 흰 가루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공중에 떠다니는지를 따라갑니다.
통념: 물이 증발하면 깨끗한 수증기만 남는다
가장 흔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가습기는 물을 수증기로 바꿔 내보내는 기계이니, 물속에 뭐가 섞여 있어 봤자 수증기만 나온다.' 흔히 비유로 드는 것이 바닷물입니다. 깨끗한 물만 증발하고 소금은 남는다는 이야기죠. 이 비유는 실제로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물을 '끓여서' 증발시키는 방식에만 해당합니다.
시중 가습기는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물을 끓여 증기를 내는 가열식, 팬으로 물을 증발시키는 기화식, 그리고 초음파 진동자로 물을 작은 방울로 쪼개 날리는 초음파식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정말로 물 '분자'만 공중에 올리고 광물은 통 안에 남깁니다. 초음파식은 다릅니다. 물을 증발시키는 게 아니라 통째로 잘게 부숴서 날려 보냅니다.
왜 부족한가: 물방울 안에 든 것은 같이 날아간다
초음파 가습기 안에는 1초에 약 170만 번(1.7MHz) 안팎으로 진동하는 얇은 압전 세라믹 판이 있습니다. 이 판 위의 물 표면은 너무 빠르게 밀려 올라가다가 표면장력이 버티지 못하고, 지름 수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아주 작은 물방울로 부스러집니다. 즉 나오는 것은 '수증기'가 아니라 '안개', 정확히는 액체 상태의 미세 물방울입니다.
물방울 안에는 물속에 녹아 있던 모든 것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수돗물의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은 물에서 탄산칼슘(CaCO₃)과 탄산마그네슘 같은 염으로 바뀌어 들어 있고, 물이 마르면 그 염이 고체 결정으로 남습니다. 물은 사라지지만 그 안의 광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주전자 바닥에 생기는 흰 물때와 같은 물질입니다.
주전자 바닥에 쌓인 석회질(물때). 초음파 가습기의 흰 가루도 같은 성분이 아주 잘게 부서진 것입니다 — Jul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계산: 하루에 몇 그램이 날아갈까
수돗물의 경도는 지역마다 크게 다릅니다. 국내 수돗물의 경도는 대체로 리터당 수십 밀리그램(탄산칼슘 환산) 수준이고, 지하수를 쓰는 일부 지역은 수백 밀리그램까지 올라갑니다. 편의상 리터당 100밀리그램, 즉 물 1리터에 광물 0.1그램이 녹아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초음파 가습기가 하루에 물 3리터를 소비한다면, 그 물에 녹아 있던 광물은 0.3그램입니다.
0.3그램은 종잇장 한 장도 안 되는 무게라 별것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가루가 지름 2마이크로미터의 작은 입자로 부서져 방 전체에 고르게 퍼지면, 표면적은 대단히 커집니다. 같은 질량을 훨씬 넓은 면적으로 퍼뜨리기 때문입니다. 방 20㎡의 바닥과 가구 표면을 합쳐 수십 제곱미터라고 하면, 하루 만에도 눈에 보이는 얇은 막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양입니다. 일주일이면 2그램이 넘습니다.
기구: 초음파는 물을 '쪼개는' 장치다
먼저 압전 소자(전압을 걸면 진동하는 세라믹)가 초당 170만 회 떨리며 물 표면에 미세한 파동을 일으킵니다. 이때 파동의 꼭대기에서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데, 처음 생긴 방울은 수십 마이크로미터로 너무 커서 금방 다시 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기계 안쪽에 '미스트 가이드'라는 작은 관이 있어, 이 방울을 수직으로 빨아올리면서 큰 방울은 벽에 붙어 떨어지게 하고 작은 방울만 뿜어냅니다.
결국 밖으로 나가는 방울의 크기는 대략 1~5마이크로미터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 크기는 공기 중에서 몇 초에서 몇 분 사이에 액체가 증발해 버리기 딱 좋은 크기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방울이 증발하면 물은 수증기로 사라지지만, 그 안에 있던 탄산칼슘 결정은 증발이 끝나는 순간 '공기 중 고체 입자'로 남습니다. 방울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먼지입니다.
반론: 그래서 그게 건강에 나쁜가?
공정하게 말하면, 흰 가루가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유해하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탄산칼슘은 석회석의 주성분이고, 칼슘 보충제의 원료로도 쓰이는 물질입니다. 문제는 독성이 아니라 '입자'라는 점입니다. 지름 몇 마이크로미터의 흡입 가능한 입자(PM10 이하)는 폐 깊숙이 들어갈 수 있어, 천식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 아주 어린 아이에게는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물의 경도가 아주 낮은 지역, 예컨대 광물 함량이 거의 없는 역삼투 정수수를 쓰면 가루는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지하수나 미네랄이 많은 생수를 쓰면 훨씬 심합니다. 즉 '가습기'라는 기종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물을 넣었는가'의 문제입니다. 같은 기계라도 물을 바꾸면 결과가 바뀝니다.
물탱크에서 초음파 진동자로 물을 안개로 바꿔 뿜는 초음파식 가습기. 뿜어져 나오는 것은 수증기가 아니라 미세 물방울입니다 — Roecrew,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생활에 적용되는 판단
첫째, 흰 가루가 신경 쓰인다면 물부터 바꾸십시오. 정수기 중에서는 미네랄을 걷어내는 역삼투 방식이 가루를 가장 확실히 줄입니다. 끓인 물을 식혀 쓰는 방법도 탄산칼슘 일부를 침전시켜 줄여 주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합니다. 둘째, 가습기 주변 가구·전자기기 위에 가루가 쌓이면 물티슈보다 마른 극세사 천으로 닦는 편이 낫습니다. 물기가 광물을 다시 표면에 눌러 붙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초음파식은 공기 청정기와 같은 공간에서 쓰면 센서가 물안개를 미세먼지로 오인해 팬을 최대로 돌릴 수 있습니다. 방이 여러 개라면 가열식이나 기화식이 유지 관리 면에서 낫고, 초음파식은 물 관리만 제대로 하면 조용하고 전기를 적게 쓰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물탱크는 2~3일에 한 번 비우고 씻는 것이 기본입니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가습기 위에 앉은 가루는 어느 정도입니까? 혹시 물을 바꿔 본 뒤에 그 양이 달라지는 것을 직접 확인해 보신 적이 있나요?
참고 자료
· 초음파 가습기 미세 물방울과 공중 광물 입자에 관한 학술 논의: Indoor Air 관련 가습기 미립자 배출 연구 · 탄산칼슘 물성: 대한화학회 및 위키백과 '탄산 칼슘' 항목 · 수돗물 경도: 환경부 수돗물 품질보고서(지역별 경도 공개) · 이미지: Wikimedia Commons (File:Ultrasonic Cool Mist Humidifier.jpg, CC BY-SA 4.0 / File:Limescale.in.cookware.JPG,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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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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