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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쇼핑센터 세입자의 소송 — 미국 상가 임대료는 '데이터'로 정해지는가

빗방울 2026.11.07 15:30 10분 읽기 조회 15 · 추천 2

2026년 6월 12일, 미국 일리노이 북부 연방지법에 제안된 집단소송(class action) 한 건이 접수됐다. 원고는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상업용 세입자 FitFactariDC. 이 회사가 문제 삼은 것은 자기 가게의 임대료가 아니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체의 가격 형성 방식이다. 소장은 부동산 데이터 회사 CoStar Group과 다섯 대형 중개법인 — CBRE, JLL(존스랭라살), Cushman & Wakefield, Colliers, Newmark — 이 짜고 상가 임대료를 올렸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19일 시카고 지역 경제지 <Crain's Chicago Business>가 이 소송을 보도했다.

어디서 시작됐나 — 덴버의 쇼핑센터 임대차 한 건

이 소송의 출발점은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쇼핑센터다. 원고 FitFactariDC는 덴버의 쇼핑센터에 공간을 빌린 세입자로 소개된다. 소장에 따르면 이 세입자는 "CoStar와 그 지역 시장의 중개법인들이 공모한 결과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임대료"를 냈다. 원고 측 변호인은 Vel Freedman. 소송이 겨눈 것은 특정 상가 한 칸이 아니라, 미국에서 상가 임대 조건이 애초에 어떤 경로로 결정되는가라는 구조다.

한국 독자를 위한 배경 — 미국 상가 임대차 구조부터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것은 전세·보증금·권리금이다. 미국 상업용 임대차는 결이 다르다. 상가 임대는 보통 NNN(트리플 넷) 리스 형태로, 임대료 외에 재산세·보험료·공용부 유지비를 세입자가 별도로 부담한다. 계약기간은 3년·5년·10년 단위의 장기 계약이 흔하고, 연장 옵션·증액 조건이 계약서에 조항으로 들어간다. 한국처럼 '권리금'을 주고 장사를 이어받는 관행은 일반적이지 않다.

중요한 차이는 가격 정보의 유통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상업 임대계약의 조건(임대료, 무상 임대기간 렌트 프리, 인테리어 지원 같은 인센티브)이 중개업체를 통해 상당 부분 공유되고, 이를 집계해 파는 데이터 사업이 발달했다. CoStar는 1987년부터 시장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고 회사 측은 밝힌다. 이 소송은 바로 그 '집계·유통' 단계가 담합의 도구가 됐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상가 임대료는 실거래 신고 체계가 아니라 개별 중개·감정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다만 이 기사에는 한국 제도와의 비교가 직접 등장하지 않으므로, 이 문단은 일반적 배경 설명이다.

소장의 논리 —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소장이 주장하는 구조는 이렇다. CoStar가 '허브'(중심)가 되고, 경쟁 관계인 중개법인들과 임대인이 '스포크'(바퀴살)가 된다. 이들은 서로 직접 가격을 합의하지 않는다. 대신 CoStar에 자기 임대 조건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쟁사들의 조건까지 볼 수 있다. 소장은 이 경로를 통해 "임대차 계약 조건에 관한 기밀 데이터를 교환하며 임대료를 끌어올렸다"고 표현한다. 법원에 등록된 데이터가 '중심'을 거쳐 경쟁사에 전달되는 구조라면, 법원이 문제 삼는 것은 직접 담합이 아니라 정보의 흐름 자체다.

원고의 구체적 주장 — 제시가 정렬, 양보 축소

덴버 세입자의 임대료 피해 주장을 넘어, 이 사건과 같은 계열의 소송에는 더 세부적인 메커니즘 주장이 담긴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 측은 피고들이 "경쟁사의 임대 조건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볼 수 있었던 점을 이용해 제시 임대료(asking rents)를 서로 맞추고, 렌트 프리 같은 양보를 줄이고, 세입자와의 협상에 저항했다"고 주장한다. 상가 임대차는 장터 흥정에 가깝다. 임대인이 처음 부르는 제시가와 실제 체결가 사이의 '양보 폭'이 세입자의 협상력에 달려 있는데, 경쟁사의 양보 폭까지 보이면 상대가 어디까지 밀릴지 미리 알게 된다. 소장이 겨누는 지점은 이 '협상의 정보 비대칭'이다.

반론 — CoStar 측은 "상식에 반한다"

반대편도 분명하다. CoStar Group 법률총괄(General Counsel) Gene Boxer는 성명에서 소장을 "엉성하고(slapdash) 오류투성이(riddled with errors)"라고 표현했다. 이어 CoStar의 서비스에 대한 오해를 드러낸다고 덧붙이며, "법정에서 신속하고 완전한 승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Boxer는 "CoStar가 상업용 세입자의 임대료를 올리려는 공모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상식에 반하고, 사실이 결여돼 있으며, 솔직히 하찮다(frivolous)"고 말했다. 그의 논리는 시장 정보의 투명성이 오히려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기한 핵심 명제는 이렇다. "투명하고 양질의 시장 데이터는 시장 참여자들이 더 나은 판단을 하게 돕고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피고 중개법인 다섯 곳의 대변인은 기사 시점까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원고 측 변호인 Vel Freedman도 즉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기사는 이 상태에서 마무리된다. 즉 이 사건은 아직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주장을 제대로 입증하는가'의 단계다.

왜 지금 — 시장 정보 시장이 흔들리는 시점

이 소송을 개별 업체의 윤리 문제로만 보면 흥미의 절반을 놓친다. 기사는 다른 소송들을 배경으로 짚어준다. 텍사스에 기반을 둔 RealPage가 연방정부와 지난해 말 합의했고, 정부는 이 회사가 임대료를 제안하는 방식과 AI 모델 학습 방식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CoStar는 별도로 지난 4월 온라인 상업용 부동산 매물 시장을 독점했다는 집단소송도 받고 있다. 경쟁사 Crexi의 데이터 독점 소송은 올해 3월 대법원이 진행을 허용했다. 즉 이번 소송은 고립된 제보가 아니라, '부동산 데이터를 파는 사업' 전체에 대한 규제 시선이 한꺼번에 조여지는 국면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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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16번가(16th Street) 거리 풍경 — Scott McLeod, CC BY 4.0 (Wikimedia Commons)

한국과 비교 — 우리 상권은 무엇으로 가격이 정해지나

한국의 상가 임대 시장에도 '정보 비대칭'은 있다. 다만 축이 다르다. 한국은 개별 임대인·중개소가 시세를 부르고, 세입자는 인근 실사례나 소문으로 이를 가늠한다. 권리금이라는 별도 시장이 거래 조건을 더 불투명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미국은 반대로 '데이터 인프라'가 제도화되어 있어, 정보가 구조화된 만큼 누가 거기에 접근하는지가 곧 경쟁력이 된다. 정보가 투명할수록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명제와, 정보를 한 회사가 비대칭적으로 독점하면 협상력 자체가 왜곡된다는 명제가 여기서 충돌한다.

같은 문제는 한국에서도 얼굴을 바꿔 나타난다. 예컨대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특정 데이터·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시세'로 굳어지고, 세입자가 협상할 여지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공실이 늘고 업종이 바뀌는 재개발 지역에서는 임대인이 '버티기'를 택하고, 세입자는 인테리어·권리금 손실을 이고 나가는 구조다. 무엇이 '공정한 가격'인지 판단할 근거가 누구 손에 있는가라는 질문은 한국 상권도 피해갈 수 없다.

사료의 한계 — 이 기사는 누구의 시선인가

이 글의 1차 사료는 <Crain's Chicago Business>의 보도다. 이 매체는 지역 경제·부동산 전문지로, 소송 내용 자체와 CoStar 측 반론을 함께 실었다. 다만 보도 시점에 원고 측의 상세 주장은 소장 인용에 머물고, 피고 중개법인은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기사가 인용한 수치나 시장 데이터는 제한적이며, 소송의 승패를 가늠할 증거는 아직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글은 '주장의 구조'를 설명하는 글이지, 담합이 실제 있었다고 단정하는 글이 아니다. 기사 원문의 본문은 유료 구독 장벽 뒤에 있었고, 이 글은 아카이브된 원문 본문으로 확인했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상가 임대료를 결정하는 정보가 한 곳에 모여 있다면, 그것은 시장의 '효율'인가 '독점'인가? 한국 상권에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가 '시세'라고 부르는 것은 누가 만든 숫자일까. 최근 골목에서 임대인이 먼저 부르는 가격과 실제 계약가의 간격이 벌어졌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참고 자료

  • Rachel Herzog, "CoStar, major brokerages accused of fixing commercial rents", <Crain's Chicago Business>, 2026년 6월 19일 — https://www.chicagobusiness.com/real-estate/commercial/ccb-costar-rent-fixing-lawsuit-20260618/
  • Propmodo, "Class-Action Suit Accuses Data Providers and Brokerages of Rent Collusion", 2026년 6월 17일 — 관련 사건 배경 확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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