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의 버스 정류장은 이상하게 정직하다. 낮에는 사람이 앉아 자리를 차지하지만, 이 시간 벤치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벤치가 원래 모습을 드러내는 건 사람이 다 빠져나간 뒤다.
프랑스 폰타를리에의 밤거리 버스 정류장 — Jean House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가로등 불빛 아래 간판은 다 꺼져 있고, 약국 하나만 초록으로 남아 있다. 낮이라면 광고판과 사람에 가려 안 보였을 것들이 밤에는 순서대로 늘어선다. 도로, 벤치, 벽의 낙서.
버스는 늦고, 앱은 3분 뒤 도착이라고 하다가 다시 7분으로 바뀐다. 그 사이 나는 별로 아무것도 안 한다. 요즘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몇 분씩 생기는 게 나쁘지 않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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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7 15:19
벤치가 사람 다 빠진 뒤에 원래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이 오래 남네. 나도 밤 버스 기다리면서 앱에 뜬 3분이 7분으로 바뀌는 걸 보면 짜증보다는 좀 멍해짐. 아무것도 안 하는 몇 분이 은근 필요할 때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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