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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권리금에도 비는 신촌, 공실 2.2%의 성수 — 서울 상권이 갈라진 이유

빗방울 2026.10.31 12:24 11분 읽기 조회 37 · 추천 2

지하철 2호선 신촌역 2번 출구에서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로 이어지는 사거리. 연세로와 명물거리가 만나는, 신촌 상권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다. 그런데 2026년 9월 초 서울경제가 찾은 이 사거리의 1층 통유리에는 ‘임대 문의’, ‘통전세’ 현수막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연세로에 맞닿은 7층 건물은 네 개 층만 채웠고, 이면 골목에서는 3층짜리 건물 한 동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같은 시기 서울의 다른 끝에서는 정반대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같은 기사에 실린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뚝섬(성수) 상권의 일반 상가 공실률은 2.2%였다. 빈 점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명동은 코로나 한창이던 2021년 4분기 50.1%에서 올해 1분기 5.1%, 2분기 6.3%까지 내려왔다. 같은 도시, 같은 반경 안에서 한쪽은 ‘무권리금’을 걸어도 세입자가 없고 다른 쪽은 빈 점포 자체가 귀하다.

숫자로 본 격차 — 9.4%라는 평균 뒤의 두 얼굴

올해 2분기 서울 일반 상가 공실률은 9.4%로, 2021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9.4%가 ‘서울 전체의 평균’이라는 점이다. 평균은 언제나 양 끝을 가운데로 끌어당기고, 그 사이에서 실제 임차인과 건물주가 겪는 체감은 훨씬 극단적이다.

신촌·이대 상권의 공실률은 2021년 4분기 14.7%까지 치솟았다가 2023년 2분기 7.1%로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올라 올 2분기 12.1%를 기록했다. 팬데믹 정점기의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배후 주거 수요가 탄탄해 코로나 때도 최고 13.2%에 그쳤던 잠실·송파는 올해 1·2분기 연속 16.6%까지 올랐다. 강남 신사역 상권은 가로수길 침체가 이어지며 18%로, 팬데믹 당시 최고치였던 15.2%를 넘어섰다.

반대편의 성적표는 이렇다. 명동은 50.1%에서 한 자릿수로, 성수는 2.2%로. 공실률 2%대는 사실상 ‘시장이 비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임차인이 들어올 자리가 없으니 임대료 협상력은 건물주에게 있고, 매물이 나오면 프리미엄이 붙는다.

신촌은 어떤 곳이었나 — 대학가 상권의 구조

신촌·이대는 연세대·이화여대를 배후로 한 대학가 상권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교통 결절점이면서, 백화점과 대형 상업시설, 유동인구가 겹치는 구조라 오랫동안 ‘유동 인구와 배후 주거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한 상권’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기사도 신촌·이대와 잠실·송파를 이 같은 유형으로 묶어 설명한다.

대학가 상권의 매출은 학생 소비에 크게 의존한다. 객단가가 낮고 회전이 빠른 대신, 소비 주체가 학기와 방학, 등록금과 취업 시즌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소비가 자리를 잡으면서 대학가 특유의 ‘걸어서 소비하는’ 유동인구가 구조적으로 줄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 연결은 기사가 직접 수치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대학가 상권의 일반적 성격에서 따라 나오는 추론이다.

왜 지금, 다시 비었나 — 금리·임대수익·꼬마빌딩

기사가 짚는 직접적 원인은 두 가지다. 자영업 경기 침체의 장기화, 그리고 금리 상승이다. 이 둘은 따로 작동하지 않고 ‘꼬마빌딩’이라는 투자 상품을 통해 한 덩어리로 얽힌다. 한때 은퇴자의 노후 대비 투자처로 각광받던 소규모 상업용 빌딩이, 임대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숫자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신촌·이대와 잠실·송파 상권의 올 2분기 소득(임대)수익률은 각각 0.67%, 0.44%였다. 단순 연 환산으로 각각 2.7%, 1.8% 수준이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3~4%를 오가는 상황에서 이는 예금 이자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버티는 것’ 자체가 손실이 되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건물주가 임대 조건을 쉽게 낮출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건물주들의 딜레마가 겹친다. 신촌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골목 안쪽은 임대료를 낮춰가며 겨우 공실을 메우지만 대로변은 건물 가치 하락 우려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내리면 공실은 메울 수 있지만, 그 낮아진 임대료가 건물의 평가가치에 반영되어 매각가까지 끌어내린다. 결국 ‘비워두는 것이 덜 손해’라는 판단이 대로변 공실을 오래 붙잡아 두는 셈이다.

임대료를 못 내리는 이유 — 권리금·보증금·월세의 구조

한국 상가 임대차 시장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 개념이 필요하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 성격의 목돈, 월세는 매달 나가는 사용료다. 여기에 권리금이 붙는다. 권리금은 상가의 ‘자리’ 자체에 붙는 값으로, 기존 세입자가 장사가 잘 되는 위치·시설·단골을 다음 세입자에게 넘기며 받는 돈이다. 법적으로는 임대차 계약과 별개인 당사자 간 거래여서, 장사가 안 되면 0원이 될 수도, 아예 ‘무권리금’을 걸어도 세입자를 못 구할 수도 있다.

기사 속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 이 변화를 압축한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사거리 1층이나 명물거리 진입로 가게는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불렀는데 이제는 무권리금이라도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 권리금이 사라진 것은 단순히 ‘장사가 안 된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 자리의 희소성이 시장에서 더 이상 값을 갖지 못한다는 신호다. 공실률은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요약하는 지표다. 전체 점포 중 비어 있는 비율이며, 지역 상권의 건강 상태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상가 임대차 시장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등 법적 보호 장치가 있어, 임대료 조정이 시장 가격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경직성도 존재한다.

명동·성수는 왜 찼나 — 목적형 상권의 부활

기사는 회복의 동력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명확히 지목한다. 관광·브랜드 소비를 목적으로 찾는 상권, 즉 목적형 상권의 임대료와 매매가는 오르는 반면, 내수 소비에 의존해 ‘동네 사람이 지나가며 사는’ 생활밀착형 상권의 회복은 더디다는 구도다. 명동은 외국인 쇼핑의 대표 상권으로, 성수는 팝업스토어의 성지이자 외국인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목적형 상권의 강점은 유동인구의 ‘질’에 있다. 하루 방문객 수가 같더라도, 지역 주민의 생활 소비와 관광객의 목적 소비는 객단가와 체류시간이 다르다. 팝업스토어처럼 짧은 기간 고밀도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콘텐츠는 공실을 채우는 동시에 임대 수요를 자극한다. 반대로 생활밀착형 상권은 배후 인구의 소득과 소비 심리에 그대로 연동되기 때문에,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 회복 타이밍도 늦어진다.

‘상권이 죽었다’가 아니라 ‘업종이 바뀌었다’

여기서 통념을 한 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신촌의 공실은 흔히 ‘신촌이 망했다’는 서사로 소비된다. 그러나 공실률은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일 뿐, 그 자리에서 어떤 업종이 돈을 버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기사는 업종 구성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는 원문에 근거가 없으므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기사가 제시한 구조적 단서는 분명하다. 신촌 상권은 팬데믹 정점과 비슷한 공실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그 사이 임대 조건은 ‘수천만 원 권리금’에서 ‘무권리금’으로 바뀌었다. 이는 자리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비싼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 대형 프랜차이즈로 승부하던 모델이 약해지고, 낮은 초기 비용으로 짧게 시도하는 모델이 자리를 잡을 여지가 생긴다. 문제는 그 재편이 ‘빈 점포’라는 형태로 먼저 나타난다는 점이다. 업종 교체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동안 공실률은 높게 찍힌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기사에서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서울 안의 상권들이다. 관광 수요에 기댄 명동·성수·도산대로와, 내수에 기댄 신촌·잠실·신사의 대비가 그것이다. 부산·대구 등 다른 도시나 해외 상권과의 비교, 혹은 업종별 매출 구성 변화에 대한 데이터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서울 밖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거나 ‘특정 업종이 급증했다’는 식의 확장은 이 글의 근거 범위를 벗어난다.

대신 기사가 제시한 또 하나의 단서가 흥미롭다. 신촌·이대와 신사 등 일부 상권에서는 ‘렌트프리’ 등을 통해 실질 임대료가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렌트프리는 일정 기간 월세를 받지 않거나 감면해 주는 조건으로, 명목 임대료를 유지하면서 실질 부담을 낮추는 절충안이다. 건물 가치 하락을 피하면서도 세입자를 들이는 방법인 셈이다. 기사는 투자 가격이 충분히 낮아질 경우 임대수익률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전했다.

이 기사를 읽을 때의 주의 — 누구의 시선인가

이 기사는 ‘집슐랭’이라는 부동산·주거 코너에 실린, 부동산 시장 중심의 서사다. 등장하는 주요 발언자는 중개업소 대표와 빌딩 중개 전문 업체 대표다. 이들의 시각은 임대수익률과 매매가라는 렌즈로 상권을 읽는다. 그 렌즈는 유용하지만, 그 안에서 상인들의 매출과 고용, 골목의 생활은 숫자 뒤로 물러난다.

또한 공실률 통계는 ‘일반 상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 조사 대상과 표본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특정 분기의 수치 하나로 상권의 장기 운명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상권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 역시, 지금의 회복세가 곧 안정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의 상권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비어 있는 자리’를 볼 때, 우리는 그것을 쇠퇴의 신호로 읽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임대료를 내리지 못하는 구조, 권리금이 사라지는 과정, 업종이 교체되는 시간을 함께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비어 있는 그 가게는 ‘죽은 상권’의 증거일까, 아니면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새로운 시도의 빈자리일까. 여러분의 동네에서는 어떤가.

참고 자료

· 신촌은 비고 명동·성수는 찼다…서울 상권 ‘공실 양극화’[집슐랭] — 서울경제, 2026년 9월 5일 06:13 입력
· https://www.sedaily.com/article/20087397
· 통계 근거: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2026년 2분기), 기사 인용

이미지: ‘Korea-Seoul-View of Sinchon-01’ by kayakorea (Brandon Butler),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원본 파일 수정 없이 크기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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