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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억 원이 골목에 들어올 때 — 경기도 상권 지원사업을 읽는 법

빗방울 2026.10.31 20:25 9분 읽기 조회 150 · 추천 1

2024년 2월 14일, 수원컨벤션센터 이벤트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 중부·남부·남서권역 소상공인과 상인회를 불러 ‘2024년 골목상권,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지원사업 설명회’를 열었고, 자리에 10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나온 숫자는 세 가지였다. 3개 분야, 27종, 355억 원(도비와 시군비 포함). 김경호 원장 직무대행은 골목상권의 체계적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 그리고 창업·영업·폐업·재기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을 축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화려한 발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이 실제로 어디에 꽂히는지를 따라가 보면, 한국 상권이 지금 어떤 구조적 압력 아래 있는지가 드러난다.

355억 원은 큰돈인가, 작은돈인가

경기도의 소상공인 수를 감안하면 이 금액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 이 사업의 설계 자체가 흥미롭다. 돈을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단계로 나눈 것이 핵심이다. 창업, 영업, 폐업·재기. 보통 지자체 지원사업은 ‘창업 지원’에 몰린다. 새로 문을 여는 사람에게 간판값과 인테리어비를 보태주는 식이다. 경상원이 폐업·재기를 별도 분야로 세운 것은, 창업만 지원하면 그만큼 폐업이 늘어난다는 것을 이미 데이터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골목상권 지원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여기다.

설명회에서 함께 안내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사업까지 합치면, 상인 한 명이 마주하는 지원 창구는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두 갈래다. 문제는 이 두 갈래가 따로 논다는 점이다. 경기도 사업은 경상원 홈페이지와 ‘경기 바로’에서, 소진공 사업은 소진공 채널에서 확인해야 한다. 골목 상인 입장에서 이 이중 구조 자체가 진입 장벽이다. 100여 명이 설명회장을 찾은 이유도 결국 이것이다. 문서를 혼자 읽어서는 어느 사업이 자기 상황에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골목상권은 왜 별도의 정책 대상이 되었나

‘골목상권’이라는 말은 원래 행정 용어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좁은 길,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길을 가리키던 일상어였다. 이 말이 정책 용어가 된 것은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가 상권의 중심을 차지하면서부터다. 같은 동네에서도 대로변 큰길의 상가는 임대료가 오르고, 한 블록 안쪽 골목은 상대적으로 남겨졌다. 정책은 그 ‘남겨진 쪽’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이 구분은 실제 상권의 작동 방식과 정확히 겹치지는 않는다. 골목이라고 다 어려운 것도, 대로변이라고 다 번성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의 한 상권에서 확인된 사례처럼, 권리금이 사실상 사라졌는데도 점포가 비는 곳과 공실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곳이 같은 도시 안에서 갈린다. 그러니 ‘골목상권 지원’이라는 틀은 출발점으로는 유용하지만, 개별 점포의 생사를 결정하는 변수는 훨씬 더 구체적이다. 경상원이 27종이라는 세분화된 사업 목록을 만든 것도 그 구체성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임대료·권리금·공실률 — 상가 임대 구조를 먼저 이해하자

한국 상가 임대차 시장은 주거 임대와 다른 세 가지 개념으로 움직인다. 첫째, 권리금이다. 기존 임차인이 장사하던 자리의 영업권, 시설·설비, 거래처와 단골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다음 임차인에게서 받는 돈이다. 법으로 명확히 규정된 권리가 아니라 관행에 가깝고, 경기와 상권에 따라 크게 오르내린다. 둘째, 보증금과 월세다. 보증금이 높으면 월세 부담은 줄지만 초기 자금 문턱이 올라가고, 반대면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창업자의 현금흐름을 압박한다. 셋째, 공실률이다. 상가 전체 호실 중 비어 있는 비율로, 그 지역 상권의 체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세 변수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실률이 오르면 임대인은 월세를 낮추기보다 권리금을 포기하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신규 진입 장벽은 낮아지지만 기존 임차인의 자산 가치는 사라진다. 창업 지원금이 이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355억 원이 아무리 효율적으로 배분되어도, 개별 점포의 손익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하루 매출과 월 고정비의 차이다. 지원사업은 그 차이를 조금 벌려주는 역할에 머문다. 이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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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청역 인근 거리 — 분당선M, CC0 (Wikimedia Commons)

전통시장 지원이 마주하는 딜레마

전통시장 활성화는 골목상권 지원과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전통시장은 상인 개개인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공간 단위로 존재하고, 상인회라는 조직을 통해 정책 자금이 전달된다. 설명회가 상인회장을 따로 초청한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조직을 통한 전달은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시장 안의 목소리가 큰 쪽에 자원이 몰릴 위험도 함께 진다.

또 하나의 긴장은 ‘활성화’라는 목표 자체에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관광객과 외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그 시장에서 오래 장사해온 상인들이 밀려나는 역설이 생긴다. 활성화가 곧 원주민 상인의 퇴출로 이어지는 사례는 국내외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어 왔다. 경상원이 전통시장을 골목상권과 별도 분야로 둔 것은 이 딜레마를 인식한 결과일 수 있지만, 27종의 사업 목록이 그 긴장을 실제로 해소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원금은 상권의 문제를 풀 수 있는가

여기서 통념을 하나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상권이 죽었다”는 진단은 대개 매출 감소와 공실 증가를 근거로 한다. 그러나 상권이 실제로 겪는 변화는 소멸이 아니라 업종 교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식당과 소매점이 빠진 자리에 카페, 편의점, 무인 매장, 배달 전문점이 들어선다. 매출 총액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데, 그 매출이 남는 방식과 사람이 머무는 시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문제는 이 교체가 고용과 임대 구조에는 훨씬 거칠게 반영된다는 점이다. 기존 상인의 폐업은 개인에게는 재앙이고, 통계에는 숫자 하나로 남는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원사업의 정확한 효용은 ‘상권 부활’이 아니라 ‘전환 비용의 완충’이다. 폐업·재기 지원을 별도 분야로 둔 것은 바로 이 완충에 해당한다. 새 업종으로 갈아타려는 상인에게 자금과 절차를 제공하는 일은, 상권의 업종 교체를 막는 것보다 현실적이다. 물론 이것도 근본 해법은 아니다. 상권의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면, 지원금은 그 변화의 속도를 조절할 뿐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기사 원문에서 다른 지역의 사례나 비교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글에서 특정 지역과의 직접 비교는 하지 않는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두는 편이, 근거 없는 유추로 지역 간 우열을 말하는 것보다 낫다. 다만 제도적 배경으로 한 가지만 짚으면, 광역자치단체가 상권 진흥 전담 기관을 두고 지원사업을 설계하는 구조는 경기도만의 것이 아니다. 각 지자체가 유사한 기관을 운영하지만 사업 규모와 우선순위는 저마다 다르다. 그 차이를 비교하려면 별도의 자료가 필요하다.

이 기사가 보여주지 않는 것

이 사료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첫째, 기사는 지자체 산하 기관의 사업 설명회를 보도한 것으로, 내용의 출처가 사실상 발표 주체다. 355억 원이라는 규모와 27종이라는 사업 수는 경상원이 제시한 값이며, 그 집행 실적이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둘째, 설명회라는 형식 자체가 홍보의 성격을 띤다.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해 발표 내용을 전달한 구조이므로, 사업의 한계나 실패 사례는 등장하지 않는다. 셋째, 이 기사에는 실제 상인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다. 100여 명이 모였다는 사실은 기록되었지만,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글은 “경기도가 355억 원을 지원한다”는 사실 이상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지원 규모가 곧 정책의 성과는 아니며, 설명회가 열렸다는 사실이 상권이 회복되었다는 뜻도 아니다. 부동산업계나 지자체의 시각이 반영된 자료라면, 임대료 상승이나 개발 이익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료를 읽을 때는 무엇이 적혀 있는지보다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보는 편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독자에게 묻는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의 골목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빈 점포가 늘었다면 그것은 상권의 쇠퇴일까, 아니면 업종이 바뀌는 과정일까. 만약 지금 그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다면, 355억 원 같은 지원사업이 실제로 여러분의 결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간판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다른 것이라고 느끼는가.

참고 자료

· 서울신문, 「경상원, 수원서 골목상권·전통시장·소상공인 지원사업 설명회」, 2024년 2월 15일. https://www.seoul.co.kr/news/publicnews/local_govern/2024/02/15/20240215500064

· 기사에 인용된 수치(3개 분야·27종·355억 원·100여 명·2월 14일 수원컨벤션센터)는 위 원문에서 확인한 값이다. 그 밖의 배경 설명과 제도 개념(권리금·보증금·월세·공실률)은 일반적 설명이며, 특정 통계를 인용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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