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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뉴포트(Newport)와 브래드퍼드(Bradford)의 도심을 걷다 보면, 같은 거리에서 다섯 칸 중 한 칸꼴로 셔터가 내려져 있는 장면을 만난다. 반대로 런던과 케임브리지 도심에서는 열두 칸에 한 칸이 빈다. 같은 나라, 같은 '하이스트리트'(영국식으로 도심 주상가를 부르는 말)인데 공실률이 두 배 이상 벌어진다는 사실을, 영국 도시정책 싱크탱크 센터 포 시티즈(Centre for Cities)의 2025년 보고서와 그 요약 블로그가 실측 데이터로 정리했다. 이 글은 그 숫자를 한국 상권과 비교해 읽어보려 한다.

한 거리에서 다섯 칸 중 한 칸이 비어 있다

센터 포 시티즈는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데이터 제공: Fable Data)를 대량으로 확보해 영국 63개 주요 도심의 상권 실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뉴포트와 브래드퍼드 도심에서는 점포 다섯 곳 중 한 곳에 가까운 수(약 20%)가 비어 있었고, 런던과 케임브리지 도심은 열두 곳 중 한 곳(약 8%)만 비어 있었다. 보고서는 두 도시의 도심 공실률이 런던·케임브리지의 두 배를 넘는다고 요약한다. 영국 '하이스트리트의 죽음'이라는 통념이 최소한 지역별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국 상가의 뼈대: 프리홀드와 리스홀드, 그리고 사업세

영국 상가의 소유·임대 구조는 한국과 결이 다르다. 건물과 그 아래 땅을 영구 소유하는 권리를 '프리홀드'(freehold), 일정 기간(보통 99년·125년·999년) 사용 권리만 사는 것을 '리스홀드'(leasehold)라고 한다. 사업자가 점포를 빌릴 때는 보통 상업용 리스(commercial lease)를 맺고, 계약 기간 동안 정해진 임대료를 내며, 한국의 권리금처럼 '장사 자리' 자체를 사고파는 관행은 제도적으로 자리 잡지 않았다. 대신 점포 소유주에게는 '사업세'(business rates)라는 재산세 성격의 부담금이 매겨진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루는 원문 기사는 임대 계약 유형·보증금·권리금·사업세율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위 설명은 일반적 배경이며, 뉴포트·브래드퍼드의 실제 계약 조건은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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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래드퍼드 도심 마켓 스트리트, 웨스트필드 더 브로드웨이 건설 현장 — habiloid, CC BY-SA 2.0 (Geograph Britain and Ireland / Wikimedia Commons)

살아남은 거리는 '가게'를 '먹거리'로 바꿨다

보고서가 주목한 것은 공실률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점포의 업종 구성이다. 성과가 좋은 도심은 쓸모없어진 옷가게 자리를 카페와 식당으로 바꾸는 '식음료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비교적 소득 수준이 높은 요크(York)와 에든버러(Edinburgh)에서는 지출 4파운드 중 1파운드가 음식에 쓰였다. 반면 브래드퍼드·스토크(Stoke)·위건(Wigan)은 10파운드 중 1파운드 수준이었다. 같은 '한 끼'라도 도시가 흡수하는 소비의 질이 다르다는 뜻이다.

남은 리테일의 '질'도 갈린다

리테일이 남아 있더라도 그 성격은 도시별로 달랐다. 리즈(Leeds)에서는 의류·화장품·백화점에 쓰는 3파운드 중 1파운드가 프리미엄 전국 체인 점포에서 발생했다. 허더즈필드(Huddersfield)에서는 40파운드 중 1파운드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를 '상권의 실적은 빈 점포 수만으로 재면 안 된다'는 근거로 제시한다.

원인은 네 가지, 그리고 결론은 '경제'였다

보고서는 도심 상권 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배후 수요 규모(캐치먼트)다. 노리치(Norwich)처럼 주변에 경쟁 소비 중심지가 없는 도시는 배후 수요가 넓지만, 큰 도시 옆에 붙은 중소 도시는 더 큰 이웃과 교외 대형 쇼핑몰(메도우홀, 메트로센터 등)에 수요를 빼앗긴다. 둘째는 소득, 셋째는 경제의 공간 구조다. 스윈던(Swindon)·슬라우(Slough)처럼 경제는 강하지만 주로 교외에 몰려 있는 도시는 도심 상권 성적이 그 경제력만큼 나오지 않고, 맨체스터·버밍엄은 반대다. 넷째는 방문객이다. 요크·케임브리지는 관광객이 배후 수요를 사실상 확장해 준다. 회귀분석 결과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제(소득) 요인이었다고 한다.

반전: '상권 몰락'이 아니라 '용도 전환'일 수 있다

이 보고서의 함의는 상권 부활이 '가게를 더 많이 채우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센터 포 시티즈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1,130억 파운드 투자 중 50억 파운드를 도심 재편에 배정해, 점포를 줄이고 사무 공간과 공공 공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쓰라고 권고한다. 즉 빈 점포를 억지로 리테일로 메우는 대신, 도심의 기능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공실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수요가 바뀐 자리의 빈칸일 수 있다.

한국과 비교: 대학가·구도심 상권의 같은 처지

한국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다. 지방 구도심과 대학가 상권은 인구 감소·이커머스·교외 대형 쇼핑몰(스타필드류)이라는 같은 압력에 노출돼 있다. 같은 점은 '배후 인구와 소득'이 결국 상권의 상한을 정한다는 것, 다른 점은 제도다. 한국은 보증금·권리금·재건축 권리 같은 '자리 자체의 가격'이 임차인의 진입 비용에 얹히기 때문에, 임대료가 내려가도 새 사업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영국은 권리금 관행이 약해 '임대료와 사업세'가 주된 장벽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 비교는 제도 일반론이며, 실제 국내 상권 수치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음이다.

사료의 한계: 누구의 시각인가

이 글의 원자료는 도시정책 싱크탱크의 정책 제안 보고서이고, 블로그는 그 요약본이다. 카드 결제 데이터는 현금 거래와 온라인 소비의 일부를 놓칠 수 있고, '63개 주요 도심'이라는 표본도 영국 전체 상권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또한 '식음료 전환이 성공'이라는 평가는 임대인·정책 담당자의 관점이며, 그 전환에서 밀려난 소상공인의 비용은 별도로 측정되지 않는다.

독자에게 묻는다

동네 상권이 비었을 때, 우리는 '가게를 다시 채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자리가 애초에 가게여야 하는지는 자주 묻지 않는다. 당신이 사는 동네의 빈 점포는, 무엇으로 바뀌어야 다시 사람이 다닐까?

참고 자료

Centre for Cities, 「Too much shop, not enough chop: Why high streets are struggling — and what policy can do about it」 (블로그, 2025년 7월 10일 게재분으로 수집)
https://www.centreforcities.org/blog/too-much-shop-not-enough-chop-why-high-streets-are-struggling-and-what-policy-can-do-about-it/
원 보고서: 「Checking Out: The varying performance of high streets across th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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