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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9일,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한 곳씩 '유동 인구를 끌어모으는 골목 상권'을 골라 연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첫머리에 놓인 이름은 을지로 일대를 가리키는 통칭 '힙지로'와 만리동길이었다. 골목 하나에 최대 1억 원. 돈이 들어가는 대상은 점포 30~500개 규모의 이면도로 상권이다. 전통시장도 아니고, 백화점이 있는 번화가도 아니다. 시장과 번화가 '사이'에 끼어 어느 쪽 제도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거리들이 이날 정책의 주인공이 됐다.

이 글은 그 1억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따지는 대신, 왜 서울시가 하필 '보호 근거가 없는' 골목을 골라야 했는지, 그리고 그 골목의 문제가 왜 지원금으로는 잘 풀리지 않는지를 뜯어보려 한다.

기사가 붙잡은 장면 — 시장도 번화가도 아닌 거리

기사의 진단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주택과 상가가 얽힌 이면도로에 형성된 작은 상권이, 소셜미디어(SNS) 확산과 맞물려 주민 생활권을 넘어 지역 경제를 좌우하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동네 구멍가게 골목'으로 취급되던 곳이, 이제 사진 한 장이 퍼지면 주말 외지 방문객을 끌어오는 장소가 됐다.

그런데 서울시가 대상으로 잡은 조건이 흥미롭다. 점포 30~500개. 전통시장과 달리 '보호 근거가 없다'. 소매와 음식점 업종이 뒤섞여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상인회 같은 조직을 만들기도 어렵다. 지원의 출발점이 '가난한 골목'이 아니라 '제도 밖에 있는 골목'이라는 뜻이다.

이 골목들은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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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일대의 빌딩가 풍경 — DtSeoul, CC0 (Wikimedia Commons)

기사는 성수, 연남동, 을지로를 '활성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로 꼽는다. 세 곳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상업용으로 설계된 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을지로는 인쇄·조명·기계 부품을 다루는 소공인(小工人)의 골목으로 출발해, 낮에는 철공소와 인쇄소가, 밤에는 노포 호프집이 자리한 이중 구조를 오래 유지했다. 연남동은 주택가 골목의 작은 카페에서, 성수는 공장과 수제화 공방 사이의 빈 창고에서 시작했다.

이런 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사가 인용한 서울연구원 2019년 보고서의 숫자에서 드러난다. 골목상권 이용자는 20~40대가 65.56%로 절반을 훌쩍 넘고, 매출 비중은 오후 5~9시가 32.82%로 가장 높다. 소매업 31.65%, 음식점·주점 43.58%. 다시 말해 이 상권의 주 고객은 '퇴근하고 나서 골목으로 들어오는 젊은 층'이고, 그들이 한 곳에서 여러 가게를 넘나드는 경험이 매출을 만든다.

여기서 상권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골목상권은 '필요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돌아다니고 싶어서 가는 곳'이다. 그런데 그 '돌아다님'은 업종의 다양성과 거리의 분위기에 기대고, 그 분위기는 다시 임대료와 맞물린다.

왜 지금, 왜 골목인가 — 세 가지 압력

첫째는 소비의 이동이다. 기사가 지적한 대로 SNS 확산으로 골목의 '발견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좋은 가게가 한 곳 있으면 그 가게 하나가 골목 전체의 유동인구를 끌어온다. 반대로 그 한 곳이 문을 닫으면 골목 전체의 방문 이유가 사라진다. 상권의 성패가 개별 점포의 생존에 이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묶인 셈이다.

둘째는 제도의 빈틈이다. 전통시장은 특별법과 시장 정비 사업, 온누리상품권이라는 도구가 있고, 번화가는 대형 자본이 들어온다. 그 사이의 골목은 어느 쪽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보호 근거가 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2022년부터 기초지자체들이 조례를 만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업종과 무관하게 2,000㎡ 이내에 소상공인 점포가 30개 이상 모여 있으면 '상점가'로 정의하고 지원할 근거를 만든 것이다.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되면 전통시장처럼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고 현대화 사업 지원 대상이 된다.

셋째는 임대차 구조의 변화다. 기사는 2010년대 중반 작은 음식점과 카페가 밀집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 골목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서 기존 상점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났고, 그 뒤 상가임대차 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이들 상권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됐다고 적는다. 즉 이 정책은 '골목을 키우자'가 아니라 '골목이 성공한 뒤 무너지는 것을 막자'는 쪽에서 출발했다.

업종 구성은 어떻게 바뀌는가

기사 자체는 특정 골목의 업종 증감을 수치로 제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서 '카페가 몇 % 늘었다' 같은 숫자를 쓰는 것은 근거 없는 추정이 된다. 다만 기사가 정리한 구조는 방향을 시사한다. 원래 소매와 음식점이 혼재하던 골목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 — 자본이 두터운 프랜차이즈, 단가가 높은 주류·디저트 — 이 들어오고, 마진이 얇은 생활 밀착 업종이 빠져나간다. 업종 구성의 변화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료를 견디는 능력의 문제다.

그래서 서울시가 마련한 지원 항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점포당 최대 100만 원의 교육비·간판 교체비, 상인 조직화와 네트워크 형성, 소비자가 머물 조형물과 거리 디자인.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항목은 없다. 지원의 초점이 '비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에 맞춰져 있다.

반전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보호받지 못했을 뿐

이 기사를 '지자체가 골목을 살린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기사가 스스로 밝힌 사실은 더 냉정하다. 이 골목들은 상권이 쇠퇴해서 지원 대상이 된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순간 임대료가 올라 원래 있던 가게가 나가 버리는 구조 속에 있다. 지원 대상 85곳(서울시가 2016년 이후 발굴한 수치)은 '죽은 골목 목록'이 아니라 '성공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골목 목록'에 가깝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1억 원은 무엇을 사는 것인가. 기사 속 서울시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상인들이 협력해 상권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조직화다. 요컨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정책의 가장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조직화는 건물주와의 임대료 협상에서 상인의 교섭력을 높이는 도구이지만, 1억 원으로는 골목의 임대 시장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처음 보는 독자를 위해

이 기사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골목상권을 이해하려면 네 개의 개념이 필요하다.

권리금은 새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시설과 영업권, 단골에 대한 대가로 건네는 돈이다. 건물주에게 가는 보증금·월세와 달리 임차인 사이에서 오가는 돈이라, 가게가 잘 될수록 높아진다. 골목이 뜨면 권리금이 뛰고, 그것이 새로 들어오려는 이의 진입 장벽이 된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날 때 돌려받는 담보 성격의 목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장사가 안 되어도 월세는 나간다. 폐업이 늘어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매출 감소가 아니라 고정비의 존재다.

공실률은 전체 점포 중 비어 있는 비율이다. 다만 공실률이 낮다고 상권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임대료가 비싸서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에도 공실률은 낮게 나올 수 있다.

이 네 가지가 골목의 운명을 결정한다. 손님이 늘면 매출이 늘고, 매출이 늘면 권리금이 오르고, 권리금과 임대료가 오르면 원래의 가게가 나간다.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은 이 사슬의 거의 끝 — 상인 조직과 마케팅, 시설 개선 — 이다.

다른 지역과 견주면

기사는 서울 밖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어 두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기사 안에서 확인되는 범위에서, 이 정책이 지역마다 같은 도구를 쓰고 있다는 점은 짚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 기초지자체들이 조례를 만들어 '골목형상점가'를 발굴하고 있고, 그 지정 기준은 업종이 아니라 점포 수와 면적(2,000㎡ 이내, 30개 이상)이다. 어떤 동네든 같은 잣대로 측정된다는 뜻이며, 반대로 말하면 골목마다 다른 사정은 잣대 밖에 있다.

이 기사가 놓칠 수 있는 시각

이 보도는 서울시의 발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담당 공무원과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 정책의 의도를 정리해 주지만, 그 골목에서 실제로 장사하는 상인의 목소리나 건물주, 프랜차이즈 본사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적다. '1억 원이 골목당 얼마나 되는가'를 판단하려면 점포 수와 그 돈의 배분 방식이 필요한데, 기사에는 총액과 점포당 상한만 있다.

또한 2019년 서울연구원 보고서의 이용자·매출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의 수치다. 배달과 온라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뒤의 골목이 같은 모습인지는 이 기사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 글 역시 기사에 적힌 숫자만 인용했고, 그 밖의 수치는 쓰지 않았다.

독자에게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서 '조금 뜨기 시작한 골목'을 떠올려 보시라. 그 골목에서 가장 먼저 문을 닫는 가게는 어떤 업종인가.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가게는 무엇인가. 1억 원이 그 골목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간판을 바꾸는 데 쓰겠는가, 임대료를 낮추는 데 쓰겠는가.

참고 자료

· 경향신문, 「전통시장과 번화가 사이···지자체들, 골목상권 띄운다」, 2023년 3월 9일 — https://www.khan.co.kr/article/202303091115001

· 이미지: 'Seoul CBD along Euljiro near Euljiro 1-ga Station' — DtSeoul, CC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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