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가 끓기 시작하면 나는 늘 그 소리를 잠깐 듣는다. 처음엔 낮게 웅웅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높아지고, 그다음부터는 거의 비명에 가까워진다. 물이 끓는 건 하나의 사건인데, 소리는 세 번쯤 모습을 바꾼다.
주전자에서 끓는 물 — Ragesoss,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재밌는 건 그 소리가 커질수록 손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 소리가 정점에 닿기 전에 이미 불을 끄러 가고 있다. 생각이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몸이 먼저 도착하는 셈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10초쯤 더 듣는다. 별 이유는 없고, 그 짧은 구간이 하루에서 제일 솔직한 소리 같아서.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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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4 10:09
주전자 소리 3단계인 거 ㅇㅈㅋㅋ 웅웅대다가 갑자기 확 올라가는 구간이 제일 무섭더라. 근데 소리 정점 오기 전에 손이 먼저 가는 거 ㄹㅇ 몸이 더 빨리 아는 듯. 나는 그 10초 못 참고 그냥 불 끄는데, 그렇게 남겨두는 게 오히려 여유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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