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멎지 않아 약국에서 산 감기약에, 사실은 마약류로 분류되는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관세청이 2026년 11월 5일 낸 보도자료의 숫자는 이 문제가 더 이상 성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10대 청소년의 마약류 반입 적발은 2022년 2건에서 2026년 10월 기준 23건으로 11.5배 늘었고, 적발 중량은 54g에서 4,766g으로 약 88.3배가 됐다. 관세청은 여행자·국제우편·특송화물 세 경로 전반의 감시와 검사를 강화하고, 우범정보 분석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요컨대 이 발표는 새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국경 단속을 청소년 의약품 쪽으로 돌린다는 선언에 가깝다.
왜 지금 나왔나 — 숫자보다 빨리 늘어난 경로
해외 판매사이트에서 약을 주문하는 일이 결제 수단과 배송 방식의 발달로 쉬워졌다. 국제우편 한 건에 감기약 몇 통을 넣어 보내면 개인 수령인 기준으로는 소량으로 보이고, 특송화물은 통관 속도가 빠른 만큼 검사망이 상대적으로 얇다. 보도자료가 여행자·국제우편·특송화물을 하나씩 짚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발 건수가 11.5배 늘 때 중량은 88.3배 늘었다는 사실도 의미가 있다. 건당 평균 적발량이 27g에서 200g 남짓으로 커졌다는 뜻이라, 개인이 호기심으로 시킨 한 통보다 한 번에 여러 통을 들여오는 형태가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보도자료는 이 평균값을 직접 해석하지 않으므로 원인 분석은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겨 둔다.
핵심 내용 — 어떤 성분이 왜 문제인가
보도자료가 지목한 성분은 두 가지다. 첫째, 디히드로코데인은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으로 분류되는 진해제(기침 억제제) 성분이다. 오남용하면 호흡 억제가 나타날 수 있고 반복 사용하면 의존성이 우려된다. 둘째, 덱스트로메토르판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며, 과다 복용하면 환각·심박수 증가·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두 성분 모두 성분의 종류와 함량에 따라 마약류로 관리되는데, 정상 용량의 기침약과 남용 목적의 대량 반입 사이를 가르는 기준선이 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에게는 경계가 흐릿하게 보인다.
법적 기준도 함께 제시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출입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관세청은 해외 판매사이트 주문이나 해외 판매자와의 암거래로 마약류 함유 의약품을 반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10대 사건이 최근 14건이라고 밝혔다.
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 관세청 보도자료 「감기약 속 마약류에 노출되는 청소년… 관세청, 국경부터 철저히 단속한다」 원문. 정부 공공저작물 화면, 출처: 정책브리핑(korea.kr)
어떻게 잡았나 — 한 건의 통제배달
보도자료에 실린 구체적 사례는 올해 초의 한 건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국제우편을 세관검사하는 과정에서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이 든 감기약 400정이 적발됐고, 관세청은 통제배달(적발한 화물을 그대로 배송하게 두고 수취인을 확인하는 수사 기법)로 이를 받으러 온 10대 청소년을 검거했다. 400정은 개인이 감기 증상으로 소비할 양이 아니다. 수사가 ‘누가 시켰는가’보다 ‘누가 받았는가’에서 끝났다는 점도 짚어 둘 부분이다. 보도자료에는 판매 조직이나 국내 유통 경로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 사건이 개인 단위 적발이었는지 조직 사건의 일부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음이다.
누가 얻고 누가 잃는가
얻는 쪽은 단속 기관이다. 관세청은 이번 발표로 국제조사과 중심의 청소년 마약 대응을 대외적으로 명확히 했고, 여행자·우편·특송 세 경로에 대한 정보 분석 인력을 정당화할 근거를 확보했다. 학부모와 학교도 정보를 얻는다. 집에서 흔히 보는 감기약 성분이 마약류 관리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예방 효과를 갖는다.
잃는 쪽은 먼저 청소년 본인이다. 형사처벌은 나이와 관계없이 적용될 수 있고, 5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으로 제시된 죄명은 이후 진로에 오래 남는다. 다음은 정당한 의약품 수입·유통 사업자다. 단속이 강화되면 정상 제품도 통관 대기와 확인 절차가 늘어날 수 있는데, 보도자료는 정상 유통에 대한 영향이나 별도 간소화 조치를 언급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해외 직구로 상비약을 사는 일반 소비자다. 성분과 함량 기준을 모른 채 주문하면 본인 의도와 무관하게 수입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통념과 다른 지점 — ‘불법 약’이 아니라 ‘감기약’이다
마약 단속 기사에서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은밀한 거래 현장이다. 이번 자료의 무게중심은 다르다. 문제의 물건이 이름만 보면 감기약이고, 청소년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으로 강조된다. 단속의 대상이 ‘범죄자’에서 ‘약을 잘 모르는 소비자’로 옮겨간 셈이다. 그래서 이 발표의 실효성은 적발 건수보다 청소년이 성분표를 읽고 멈추게 만드는 정보 전달에 달려 있다. 그런데 관세청의 역할은 국경 검사이고, 성분 교육을 맡을 기관은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해결하지 못하는 것
첫째, 국내 유통 단계다. 국경에서 걸러지지 않은 물량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다면 관세청의 권한 밖이다. 둘째,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함량 기준과 소비자 안내다. 어떤 제품이 어느 선을 넘으면 마약류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 자료에 없다. 셋째, 10대가 왜 이런 약을 찾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적발 수치만으로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 항목들은 모두 원문에 근거가 없어 확인되지 않음으로 표기한다.
독자가 할 일
해외 사이트에서 기침약이나 진해제를 주문할 때는 성분표에서 디히드로코데인, 덱스트로메토르판 표기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함량이 적힌 제품이라도 여러 통을 한 번에 주문하면 수입 요건에 걸릴 수 있다. 이미 주문했다면 세관의 안내를 받기 전에 임의로 폐기하거나 재배송하지 말고, 통관 단계에서 소명할 수 있도록 주문 내역과 처방·복용 목적 자료를 남겨 두는 편이 낫다.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집에 있는 감기약의 성분명을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관세청이 배포한 보도자료 한 건이다. 보도자료는 단속 기관의 성과와 방침을 알리는 문서이므로 적발되지 않은 물량의 규모, 단속 강화가 정상 통관에 주는 부담, 처벌의 실효성에 대한 반대 시각은 담기지 않는다. 수치도 관세청 자체 집계이며, 2026년은 10월까지의 잠정치다. 연말까지의 흐름과 전년 대비 증감률은 확정된 뒤에 다시 봐야 한다.
참고 자료
· 관세청, 「감기약 속 마약류에 노출되는 청소년… 관세청, 국경부터 철저히 단속한다」, 2026년 11월 5일. 정책브리핑(korea.kr) 보도자료, 원문 보기
· 인용: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수출입 처벌 조항, 관세청 마약류 단속현황(2026년 10월 기준).
· 위 캡처는 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다.
해외 직구 약을 한 번이라도 주문해 본 적이 있나요? 성분표를 확인하고 주문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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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03:53
건수는 11.5배인데 중량은 88.3배라는 대목에서 한 번 멈칫했습니다. 한 통씩 사는 게 아니라 여러 통을 한꺼번에 들여오는 흐름이라는 해석, 그 정도 규모면 개인 호기심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럼 그 뒤에 누가 있는지, 받는 사람 말고 시킨 사람을 따라가는 수사는 어디까지 갔을까요? 그리고 400정이 걸러지지 않고 국내로 들어왔다면 그걸 먼저 파는 쪽은 누구였을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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