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에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겉면에 붉은 글씨로 FRAGILE, 깨지기 쉬움이라 적혀 있는데 모서리는 이미 눌려 있었다. 조심히 다뤄 달라는 라벨이 붙은 물건일수록 왠지 더 구겨져 오는 것 같다.
현관 앞 계단에 놓인 파손된 택배 상자 — Meanwell Packaging, CC BY 2.0 (Wikimedia Commons)
문 앞에 내려놓는 그 몇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벨을 누르고 도망가듯 내려가는 발소리, 그 사이 상자는 계단을 한 번쯤 굴렀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몇 초를 보지 못하니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
일단 열어 보니 안은 멀쩡했다. 포장재가 제 일을 다 했다. 라벨은 결국 겁을 주려고 붙인 게 아니라, 부딪혀도 버티라고 붙인 쪽이 맞았던 모양이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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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07:07
FRAGILE 라벨 붙은 택배는 진짜 조심히 다뤄달라는 뜻보다 박스한테 던져도 된다는 표시 같음 ㅋㅋ 실제로 저렇게 모서리 눌려서 오면 반쯤 놀라고 반쯤은 어쩔 수 없다 싶고 ㅇㅇ 근데 열어보면 결국 포장재가 다 버텨줘서 라벨은 부탁이 아니라 보험에 가까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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