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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 4개 골목에 축제를 분산한 이유 — 관광 몰림이 남긴 상권의 불균형

빗방울 2026.11.06 12:31 8분 읽기 조회 24 · 추천 2

오는 11월 7일 오후 4시, 전주 서곡지구의 서중공원 앞 도로가 차량 통행을 멈추고 좌판과 무대로 바뀐다. 전주시가 4일 밝힌 '제6회 전주 골목상권 드림축제'의 시작이다. 주목할 것은 규모가 아니라 장소의 선택이다. 같은 축제가 한 곳에서 열리지 않는다. 서곡(11월 7일), 인후동 동진회 일원(11월 14일), 평화동 완산중학교(11월 22일), 서부신시가지 GT커피 일원(12월 4일) — 약 한 달 동안 네 개의 서로 다른 골목상권을 차례로 찾아간다.

시가 공개한 행사의 성격도 단순한 흥행이 아니다. 각 상인회가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상권별 할인 행사와 서비스 증정, 문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내놓는다. 전주시는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력을 넣고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를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섯 번째가 아닌 여섯 번째 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지역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한 도시가 축제를 네 갈래로 쪼갠 이유

상권 정책에서 축제를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언뜻 효율적으로 보인다. 사람을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고, 그 유입이 한 골목의 매출로 집중되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구조적 부작용이 따라온다. 임대료가 오르고, 유명해진 골목에는 같은 업종이 몰리고, 축제가 끝난 뒤에는 방문객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남은 것은 높아진 월세뿐인 경우가 많다.

전주는 이를 이미 한 번 크게 겪었다. 전주한옥마을이 대표적이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골목의 상가가 게스트하우스, 한복 대여점, 기념품점, 카페로 빠르게 재편됐고, 지역 주민의 생활 상권이 관광 상권에 밀려나는 변화가 오랫동안 지적됐다. 한 곳의 성공이 인접 골목의 실패를 낳는 이 구조를 두고 흔히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 네 개 상권을 순차적으로 도는 방식은 그 집중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설계로 읽힌다.

서곡과 인후동, 평화동, 서부신시가지 — 같은 도시, 다른 골목

이번에 선택된 네 곳은 성격이 제각각이다. 인후동은 전주 동부의 대표적인 주거 밀집 지역으로,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학교, 시장이 붙어 있어 하루 종일 생활 인구가 흐르는 곳이다. 평화동은 완산구 남쪽의 주거지로 완산중학교를 중심으로 학원가와 근린 상가가 형성돼 있다. 서곡지구는 택지 개발로 새로 조성된 신흥 주거지구이고, 서부신시가지는 전주의 대표적인 신시가지 상권으로 대형 상업 시설과 함께 카페 거리가 발달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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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의 골목 풍경 — Altostratu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네 곳을 나란히 놓으면 축제의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관광지가 아닌 곳, 즉 시민이 실제로 사는 동네의 상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관광 특수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평일 낮에 사람이 지나가는 생활 동선을 잡아 보려는 시도다. 기사에서 확인되는 목적어도 '시민의 방문과 소비'이지 관광객이 아니다.

골목상권은 왜 따로 정책이 필요한가

한국의 상권 구조에서 골목상권은 대형 유통과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어려운 규모의 점포 집합이다. 슈퍼마켓 하나, 세탁소 하나, 분식집 하나가 각각 독립된 사업자로 들어서 있고, 이들은 공동으로 마케팅할 조직도 예산도 없다. 대기업 계열 매장이 같은 반경 안에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으로 밀리기 쉬운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과 지자체는 골목상권을 개별 점포의 문제가 아니라 블록 단위의 문제로 다룬다. 개별 가게를 살리는 정책보다, 그 가게들이 모인 거리에 사람이 오게 만드는 정책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상인회 중심으로 축제를 기획한다는 이번 행사의 방식도 같은 논리다. 외부 업체가 만든 행사를 얹는 것이 아니라, 점주들이 자기 가게 앞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직접 정한다.

임대료·권리금·공실률 — 골목 상가의 숫자를 읽는 법

상권을 이야기할 때 독자가 가장 헷갈리는 것이 임대 조건이다. 한국의 상가 임대차는 ㎡당 월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보증금, 월세, 그리고 권리금이라는 세 가지가 함께 움직인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이며, 권리금은 기존 점포의 영업권·시설·단골을 인수하는 대가로 새 세입자가 전 임차인이나 건물주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권리금이 상권의 체온계 역할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람이 몰리는 골목에서는 권리금이 붙고, 그 권리금이 다시 창업 비용을 끌어올린다. 창업자는 초기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므로 가격을 올리거나, 회수가 빠른 업종, 즉 프랜차이즈나 단기 유행 업종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권리금은 상권의 업종 구성을 스스로 왜곡하는 힘을 갖는다. 반대로 사람이 빠지는 골목에서는 권리금이 사라지고, 그때서야 임대 조건이 낮아져 새 창업자가 들어온다.

공실률은 이 흐름의 결과다. 빈 점포 비율이 오르면 건물주는 월세를 낮추거나 임대 조건을 유연하게 바꾸고, 그러면 다시 새로운 업종이 들어온다. 상권의 흥망은 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고 이런 조정을 반복한다. 지자체 축제는 이 조정 과정에 외부 충격을 한 번 넣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축제가 끝난 다음 주에 남는 것

여기서 통념과 다른 지점이 나온다. 골목상권이 '죽었다'고 말할 때, 실제로 일어난 일은 상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업종이 바뀐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는 철물점과 이발소가 있던 자리에 편의점과 배달 전문점이 들어서고, 손님은 매장이 아니라 앱으로 주문한다. 매출은 발생하지만 점포의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에 '예전 같지 않다'는 체감이 생긴다.

축제는 이 변화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한 달에 네 번, 하루씩 열리는 행사로 상권의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축제의 실질적 효과는 다른 데 있다. 점주가 자기 가게를 도시 전체에 소개할 기회를 얻고, 평소 그 골목을 지나지 않던 시민이 처음으로 그 거리를 걷게 된다는 점이다. 방문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려면 축제 이후에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했나

이 기사에서 확인되는 비교 사례는 전주시의 다른 상권, 즉 앞서 언급한 한옥마을 관광 상권과의 대조다. 한 곳에 집중된 관광 상권과 분산된 생활 상권이라는 구도가 이번 행사의 배경으로 읽힌다. 다른 도시의 골목상권 축제 운영 방식이나 성과 수치에 대해서는 이 기사에 언급이 없으므로,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둔다.

이 기사가 보여주지 않는 것

이 보도는 전주시의 발표를 기반으로 한다. 참여 상권과 일정, 행사 성격, 기대 효과는 모두 시의 설명이며, 축제 전후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한 수치는 기사에 없다. 6회를 거듭했다면 회차별 성과 자료가 존재할 수 있지만, 이 기사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상인회의 입장이나 축제를 준비하는 점주들의 부담, 행사 비용의 분담 구조도 드러나지 않는다.

지자체 발표를 그대로 옮긴 기사를 읽을 때는 '기대한다'는 문장과 '확인됐다'는 문장을 구분해야 한다. 시가 기대하는 효과와 실제로 측정된 효과는 다를 수 있고, 축제를 홍보하는 보도와 축제의 성과를 검증하는 보도도 다르다.

독자에게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가장 최근에 문을 닫은 가게는 무엇이었나. 그 자리에는 어떤 업종이 들어왔나. 그리고 그 골목에 사람이 다시 오게 만들려면 축제와 할인 중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참고 자료

'소상공인 매출 UP'…전주시 골목상권 드림축제 7일 시작 — 뉴시스, 2026년 11월 4일. www.newsis.com/view/NISX20261104_000385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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