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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분기,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는 서로 모순처럼 보이는 숫자가 나란히 놓였다.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은 13.7%로 전 분기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서울 명동의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4.53% 올랐고, 뚝섬은 9.92% 올랐다. 전국 상가 통합지수가 0.02% 하락한 것과 정면으로 갈리는 흐름이다.

비어 있는 점포가 늘어나는데 그 점포의 임대료는 오른다. 숫자만 보면 설명이 안 되는 이 장면이 이번 분기 상가 시장의 핵심이다.

명동의 두 얼굴 — 4.53%와 6.5%

파이낸셜뉴스가 10월 29일 보도한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몰리는 상권만 임대료가 올랐다. 서울 전체 상가 임대가격지수 상승률 0.43%를 웃도는 숫자다. 같은 시기에 부동산원 인용 자료를 분석한 알스퀘어의 집계에서는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6.5%로, 서울 전체 평균 9.7%보다 낮았다. 서울의 5대 핵심상권 평균 공실률은 9.6%에서 6.5%로 3.1%포인트 낮아졌다.

이 대비가 명동이라는 장소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명동은 서울 중구의 명동1·2가를 중심으로 충무로, 을지로 일대까지 번지는 상권이다. 화장품·패션·식음료와 환전소가 밀집한 관광 특화 상권이라, 매출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소비에 의해 결정된다.

서울 명동 거리의 풍경 — lumoplank, CC0 (Wikimedia Commons)

임대료를 밀어 올린 것은 누구인가

알스퀘어 집계의 배경 수치를 보면 원인이 비교적 선명하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 명으로 전년 동기 883만 명보다 21.3% 늘었는데, 외국인 카드 지출은 6조7000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50.8% 증가했다. 사람 수는 5분의 1 늘었는데 지출은 절반 넘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1~8월 서울의 외국인 카드 소비도 7조8000억 원으로 59.9% 늘었다.

임대인 입장에서 이만큼 강력한 임대료 인상 명분은 없다. 방문객의 지갑이 열린 거리에서는 매출 상한이 올라가고, 상한이 오르면 월세 협상에서 임차인보다 임대인의 발언권이 커진다. 반대로 전국 대부분의 상권에서는 소비 위축과 매출 감소, 공실 장기화가 이어지며 임대료가 내려갔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0.07%, 0.17% 하락했고, 소규모 상가 지수는 0.13%, 집합상가는 0.03% 내렸다.

결국 지금의 상가 시장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두 개의 시장으로 갈라져 있다. 관광객과 특정 목적 소비가 밀집하는 상권은 임대료가 오르고, 그렇지 않은 상권은 비어 가는 구조다. 알스퀘어 정윤선 리테일사업팀 이사의 표현을 빌리면 "리테일 시장이 무너졌다기보다 수요가 특정 상권으로 집중되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국면이다.

업종이 바뀌는 것과 상권이 죽는 것은 다르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명동의 모습도 다르게 읽힌다. 임대료가 오른 상권에서는 통상적으로 몇 가지 업종 교체가 일어난다. 회전율이 낮고 마진이 얇은 업종은 밀려나고, 단가가 높거나 객단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업종, 그리고 브랜드 노출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매장으로 채워진다. 알스퀘어 집계에 따르면 성수에서 올해 1~9월 열린 팝업스토어는 657건으로 1년 전보다 5.3% 늘었고, 그중 판매형 팝업은 10.4%, 뷰티 팝업은 41.0% 증가한 반면 체험형은 2.3% 줄었다. 매장이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콘텐츠이자 미디어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 이 숫자와 맞물린다.

다만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 확인한 기사들은 업종별 점포 수 증감을 직접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업종이 얼마나 늘었다"는 식의 서술은 원문 근거 없이 붙이면 추정이 된다. 확실한 것은 임대료와 공실률, 그리고 소비의 방향이지 업종 구성의 구체적 변화가 아니다.

통념을 뒤집는 지점 — 공실률은 주소가 아니라 층의 문제다

더 흥미로운 숫자는 공실률의 층별 격차다. 전국 일반상가 전체 공실률은 13.7%인데, 1층 공실률은 6.9%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중대형은 14.7%, 소규모는 8.7%, 집합상가는 11.4%였다. 같은 건물에서 1층은 채워지고 위층은 비는 것이다.

유동인구는 1층만 통과하기 때문이다. 1층은 지나가는 사람을 고객으로 바꿀 수 있는 자리이고, 2층 이상은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건물주는 1층 임대료를 최대한 방어하고, 위층에서 발생하는 공실을 감수하는 쪽을 택하기 쉽다. 뉴스가 말하는 "공실률"과 상인이 체감하는 "장사가 안 된다"가 어긋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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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몰리는 서울의 거리 — 서울 중구 명동 일대, lumoplank, CC0 (Wikimedia Commons)

권리금이라는 이름의 선불 비용

한국의 상가 임대 구조를 모르면 이 숫자들이 와닿지 않는다. 국내 상가 임대차는 보통 세 개의 돈으로 이루어진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금, 월세는 매달 나가는 사용료, 그리고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장사하던 자리의 영업적 가치를 새 임차인에게서 받는 돈이다. 권리금은 건물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이전 임차인에게 가는 돈이고, 법으로 정해진 산식이 없다. 상권이 뜨거울수록 바닥 권리금이 함께 뛴다.

즉 임대료가 오르는 상권에서는 월세와 함께 초기 진입 비용 전체가 올라간다. 장사가 잘 될 것 같은 자리일수록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반대로 공실이 길어지는 상권에서는 권리금이 먼저 사라지고, 그다음에 월세가 조정된다. 임대료 통계가 실제 체감보다 늦게 움직이는 이유다.

지방 원도심에서 벌어지는 정반대의 장면

같은 시기에 충남 홍성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오마이뉴스가 10월 8일 보도한 홍성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호진 의원은 명동상가 공실률이 2024년 26.9%에서 현재 36%로 약 10%포인트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홍성의 명동상가는 서울 명동과 이름만 같은, 군청 인근의 원도심 상가다.

군은 외벽 도색 같은 환경개선사업을 벌였지만 방문객 증가나 공실 감소로 이어졌는지 따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담당 과장은 입구의 좋은 입지에서도 편의점이 폐업한 뒤 후속 입점이 이뤄지지 않았고, 내년 7월로 예정된 군청사 이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지면서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지원금이 환경을 바꿔도 수요를 만들지 못하면 공실은 그대로 남는다는 사례다.

서울 강남이나 성수와 홍성 원도심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임대료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그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쓰는 돈이라는 점이다.

이 기사들을 읽을 때의 한계

이번 분석의 근거는 부동산원 조사를 인용한 부동산 전문 매체의 보도와, 부동산 데이터 업체 알스퀘어의 발표를 전하는 기사, 그리고 지방의회 감사 보도다. 부동산원 조사는 표본과 조사 상권을 이번 분기부터 368개에서 385개로 넓혔고, 오피스 표본은 전면 재설계해 임대료·공실률·투자수익률을 이전 분기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권 통계는 늘 이런 표본 변경의 영향을 받는다.

또 기사에 등장하는 부동산 데이터 업체는 임대료와 공실률을 분석해 유료 서비스로 파는 사업자다. 업계 발표는 상권의 회복과 기회를 강조하는 쪽으로 기운다. 반대로 지자체 감사 보도는 지원사업의 성과 부족을 부각하는 구조를 갖는다. 어느 쪽도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은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투자수익률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은 0.78%로 전 분기보다 0.33%포인트 낮아졌고, 소규모는 0.60%, 집합상가는 1.19%로 모두 하락했다. 부동산원은 투자수요 감소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재산세 부과로 인한 운영경비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임대료가 올라도 건물의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좋은 상권이란 무엇인가

공실률 6.5%의 명동과 36%의 홍성 원도심은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한쪽은 관광객이라는 외부 수요가, 다른 쪽은 군청사라는 내부 수요가 빠져나가며 만들어진 결과다. 문제는 외부 수요에 기댄 상권이 그 수요가 흔들릴 때 얼마나 빨리 비어 버리는지다.

독자에게 묻고 싶다. 집 앞 상권이 비어 가는 것을 볼 때, 우리는 과연 몇 개의 점포가 비었는지를 세고 있는가, 아니면 이 거리를 걸어오는 사람이 왜 줄었는지를 보고 있는가. 숫자는 결과이고, 원인은 거리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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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파이낸셜뉴스, 「오피스 임대료 오르고 상가는 하락…뚝섬·명동은 관광객 수요에 강세」, 2026.10.29 — 기사 링크
  • 뉴스핌, 「서울 공실률 9.7%인데 성수는 1.3%…상가 시장도 '초양극화'」, 2026.10.19 — 기사 링크
  • 오마이뉴스, 「"예산 쏟았는데 홍성 상권은 왜 더 어려워졌나"」, 2026.10.08 —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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