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로 쪽 중앙상가의 2층, 한동안 '임대 문의' 종이만 붙어 있던 자리의 월세가 몇 년 전보다 내려갔다는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2026년 1월 29일 내놓은 '2025년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서도 같은 방향의 숫자가 찍혔다. 대구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8.1%, 소규모 상가는 9.8%, 집합상가는 12.1%로 모두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경북은 더 멀리 갔다. 집합상가 공실률 27.6%로 전국 최고 수준,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19.4%다. 경북도민일보는 이 수치를 두고 "상가 6곳 중 1곳꼴 빈 점포"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 기사들에서 가장 눈에 걸리는 숫자는 공실률이 아니라 권리금이다. 2025년 기준 대구 평균 상가 권리금은 2,506만 원, 경북은 1,981만 원으로 전국 평균 3,394만 원을 크게 밑돌았다. 대구는 전국 평균의 약 4분의 3, 경북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공실률이 조금 올랐다는 뉴스와는 질이 다르다. 권리금은 "이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 얼마를 더 낼 의향이 있는가"를 재는 값이기 때문이다. 그 값이 빠지고 있다는 것은 임대 조건이 나빠졌다는 뜻보다, 이곳에서 장사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는 뜻에 가깝다.
빈 점포가 말하는 것은 '임대료'만이 아니다
상가 지표는 흔히 하나로 뭉뚱그려 읽히지만, 실제로는 세 개의 다른 질문에 답한다. 공실률은 "이 건물이 비었는가", 임대가격지수는 "계약된 임대료가 올랐는가 내렸는가", 권리금은 "이 자리의 영업 가치가 얼마로 평가되는가"를 묻는다. 대구·경북은 이 세 답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대구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0.4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1.99% 올랐다. 대구 오피스 공실률은 11.0%로 전국 평균 8.7%를 웃돌았고, 경북 오피스 공실률은 24.2%로 충북 29.2% 다음으로 높았다. 상가 쪽은 중대형·소규모·집합상가가 모두 전년 대비 하락했다. 권리금이 형성된 상가 비율도 대구 46.35%, 경북 40.10%로 전년 대비 각각 3.76%포인트, 3.63%포인트 줄었다. 빈 점포가 늘고, 가격이 빠지고, 그 가격을 매길 사람도 줄어드는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대구·경북이라는 시장의 구조 — 섬유에서 서비스로, 다시 그 다음
대구는 20세기 내내 섬유 산업으로 도시가 성장했고, 한국전쟁 때는 임시 수도 역할을 했다. 경상감영이 있던 조선시대부터 경상도의 행정·상업 중심지였던 이력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업 부동산 침체는 "원래 상권이 없는 곳"이 아니라 "한 번 역할이 끝난 중심지가 다음 역할을 찾는 중"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동성로 일대의 대형 점포와 지하 상가, 중앙로의 도매·소매 골목, 수성구의 학원가와 생활상권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북은 구조가 또 다르다. 포항·구미·안동·경주 같은 중소 도시가 넓게 흩어져 있어 상권이 하나의 거대한 중심으로 모이지 않는다. 도시별 1~2개의 간선 상권에 수요가 집중되고, 그 밖의 블록은 상권이라기보다 주거지에 붙은 점포열에 가깝다. 경북 집합상가 공실률 27.6%라는 숫자는 특정 번화가의 몰락이라기보다 이런 얇은 상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비는 현상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나 — 소비·금리·온라인, 세 개의 압력
원문 기사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원인은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다. 쿠키뉴스는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임차수요가 줄어들며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정리했고, 경북매일은 "민간 소비 위축과 온라인 소비 확대"를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금리 부담과 경기 둔화까지 겹쳐" 오프라인 상권이 다시 위축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세 가지를 분리해서 보면 이렇다.
첫째, 소비의 총량이 줄었다. 소득 대비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 외식·의류·서비스 소비가 먼저 잘린다. 상가 임차인의 매출이 줄면 감당할 수 있는 월세의 상한도 함께 내려간다. 둘째, 소비의 통로가 바뀌었다. 같은 소비라도 온라인으로 이동하면 오프라인 점포의 매출은 회복되지 않는데, 임대료는 계약 기간 동안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셋째, 금리다. 상가는 결국 자본이 매입해서 임대하는 자산이므로, 금리가 오르면 임대인이 요구하는 수익률도 올라가고, 임차인이 감당해야 하는 월세의 하한이 단단해진다. 매출은 줄고 비용은 안 내려가는 구간이 길어지면, 점포는 '장사가 안 되는 자리'가 아니라 '버틸 수 없는 자리'가 된다.
대구 동성로 거리 — 상가 밀집지역의 유동인구와 점포 구성 (Choi2451,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업종은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남았나 — 확인된 범위에서
아쉽게도 이번에 확인한 기사들에는 업종별 증감을 정량으로 분해한 표가 없다. 따라서 "어떤 업종이 몇 % 늘었다"는 식의 서술은 하지 않는다. 다만 원문이 제시한 단서는 있다. 권리금 유비율 하락에 대해 쿠키뉴스는 "신규 창업보다 기존 점포 정리와 이전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즉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중심은 새 업종의 진입이 아니라 기존 점포의 이탈이다.
이는 상권 쇠퇴의 초기 국면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과 맞닿아 있다. 신규 진입이 활발한 상권은 공실이 생겨도 빠르게 채워지고, 그 과정에서 업종 구성이 바뀐다. 반면 진입 자체가 줄어든 상권은 공실이 남고, 남은 점포는 임대료 협상력을 잃는다. 업종 교체가 아니라 업종의 총량이 줄어드는 국면인 것이다. 대구·경북의 지표는 후자에 가깝다.
반전 — 임대료가 내려가는데도 왜 안 채워지나
통념은 이렇게 말한다. "임대료를 내리면 임차인이 들어온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공실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조합이다. 임대료가 내려가는데도 비어 있다는 뜻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임대료는 점포 선택의 유일한 변수가 아니다. 임차인은 매출을 낼 수 있는 자리인지를 먼저 본다. 유동인구가 줄고 배후 수요가 얇아진 자리는 월세가 반값이 되어도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 둘째, 임대인 입장에서도 무한정 내릴 수 없다. 취득 원가와 대출 이자가 있어 일정 선 아래로 내리면 임대 자체가 손실이 된다. 그래서 시장에는 '비어 있지만 더 내리지 않는' 가격대가 생긴다. 셋째, 계약의 관성이다. 기존 임차인의 계약이 남아 있는 동안 시세는 천천히만 조정된다.
그래서 지금의 공실은 '가격이 안 맞아서'라기보다 '가격을 맞춰도 수요가 없어서' 생긴 공실에 가깝다. 앞서 본 권리금 하락은 이 진단을 뒷받침한다. 자리를 넘길 의향이 있는 사람이 줄고, 그 자리를 넘겨받을 사람이 더 줄었으니 권리금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조금 더 정확하게 — 권리금·보증금·월세·공실률
익숙한 단어들이지만 의미를 정확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상가 임대차에서 임차인은 보통 세 가지 돈을 다룬다. 먼저 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 담보 성격의 돈으로, 월세를 낮추는 대신 보증금을 올리는 '보증금 증액형' 계약이 흔하다. 다음으로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이며, 여기에 관리비가 붙는다. 마지막이 권리금이다. 권리금은 건물주에게 가는 돈이 아니라, 앞선 임차인이 자신이 쌓은 영업적 가치(단골·시설·인허가·상권 내 위치)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며 받는 돈이다. 법적으로는 임대차 종료 시 회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 있지만, 실제 회수 가능성은 상권의 수요에 달려 있다.
공실률은 전체 점포 중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이다. 여기서 흔히 오해되는 지점이 층별 차이다. 1층은 보행 동선에 직접 닿아 매출 기대가 높고, 2층 이상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전체 공실률이 18%여도 1층은 6~7%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지하나 고층의 공실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린다. 대구·경북의 수치를 읽을 때도 "거리 전체가 텅 비었다"가 아니라 "어느 층, 어느 블록이 비었는가"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다.
또 하나 알아둘 것은 임대가격지수의 성격이다. 이 지수는 실제 체결된 계약의 임대료 수준을 지수화한 것으로, 시장에 나온 호가와는 다르다. 호가를 낮춰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수는 천천히만 움직인다. 지수가 소폭 하락했다고 해서 임대 시장이 빠르게 조정되고 있다고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다른 지역과 견주면 —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국 단위 비교는 원문 안에서 확인된다. 대구 중대형 상가 공실률 18.1%는 전국 평균을 웃돌고, 경북 집합상가 공실률 27.6%는 전국 최고 수준이며, 경북 오피스 공실률 24.2%는 충북 29.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반대로 서울 주요 업무지구가 5% 안팎의 공실률을 유지한다는 점도 경북매일 기사에 언급된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시도별 오피스 최고·최저 수익률 차이가 약 7.5%포인트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만 부산·충북 등 인접 지역의 구체적 상가 지표와 이번 수치를 정면으로 비교한 자료는 이번 확인 범위에서 찾지 못했다. 따라서 "부산보다 심하다", "수도권과 몇 배 차이" 같은 단정은 피한다.
사료의 한계 — 누구의 시선으로 쓰인 숫자인가
이번에 인용한 수치는 모두 한국부동산원의 임대동향조사에서 나온 것으로, 표본이 되는 것은 계약이 이뤄진 상가와 건물주·중개업계의 응답이다. 즉 폐업한 임차인의 경험은 이 통계에 직접 들어오지 않는다. 권리금이 '0'이 된 자리도 통계상으로는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은 상가'로 처리될 뿐, 그 뒤에 있었던 손실과 정리는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이 수치를 인용한 기사들의 논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지표를 다루는 기사는 임대인·투자자의 수익률 관점과 임차인·자영업자의 비용 관점 사이에서 무게중심이 달라진다. "투자 가치가 하락했다"는 문장은 투자자에게는 경고이고, 임차인에게는 오히려 협상의 여지다. 같은 숫자를 어느 쪽에서 읽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독자에게 — 빈 점포는 누구의 문제인가
상가 공실은 흔히 건물주의 손실로만 계산된다. 하지만 권리금이 사라진 자리에는 늘 두 사람이 있다. 문을 닫은 임차인과, 그 자리를 대신 채울지 고민하다 결국 들어오지 않은 다음 사람이다. 지금 대구·경북에서 줄어든 것은 빈 점포의 숫자만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 문을 열려는 시도 자체다.
그렇다면 지표가 회복되는 순간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아마도 공실률보다 권리금 유비율이 먼저 움직일 것이다. 빈 점포를 채우는 것은 결국 '여기서 다시 시작해볼 만하다'는 판단이고, 그 판단이 가격으로 나타나는 곳이 권리금이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 「대구·경북 권리금 없는 상가 늘었다…공실·임대료 동반 악화」, 쿠키뉴스, 2026-01-29,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601290170
- 「대구·경북 오피스는 버티고 상가는 흔들···상업용부동산 양극화」, 경북매일, 2026-01-29, https://www.kbmaeil.com/article/20260129500167
- 「대구·경북 상가 6곳 중 1곳꼴 '빈 점포'... 자영업 위기 심화」, 경북도민일보, https://www.h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22748
- 「대구·경북 오피스·상가 공실률 '쑥', 임대료 '뚝'」, 뉴스1 대구경북, https://www.news1.kr/local/daegu-gyeongbuk/6244161
- 「대구·경북 오피스·상가 수익률 '뚝'…오피스 임대료는 13%대 올라」, 뉴스1 대구경북, https://www.news1.kr/local/daegu-gyeongbuk/633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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