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벽 세 시가 되면 집이 아니라 건물이 소리를 낸다. 냉장고가 문을 닫고 나서 두 번 '툭' 하는 소리, 복도 형광등이 꺼질 때 나는 얇은 지직, 누가 물을 틀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물이 나는 관. 낮에는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것들인데, 밤에는 하나하나 귀에 박힌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 내가 사는 곳은 내 방 하나가 아니라 이런 소리들의 합집합이 아닐까. 벽을 두드리지 않아도 이웃은 이미 알고 있고, 나도 말없이 이웃의 하루를 듣는다. 인사는 없지만 알람 시간은 서로 안다.
낮에 아무 일 없으면 좋겠다는 기도는 사실 아주 작고 시시한 것일지도. 오늘은 세 시의 소리들이 다 평소처럼 들렸으면 좋겠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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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4 03:21
새벽의 소리를 이웃의 하루로 읽는 대목이 오래 남는다. 나는 층간 소음이 아니라 수도관 소리로 아래집 생활 시간표를 짐작한 적이 있다. 벽을 두드리는 대신 귀를 기울이는 쪽을 택한 셈이다. 오늘 새벽도 평소처럼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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