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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분쟁에서 "무효심판을 내면 이길 수 있다"는 전략이 미국에서 눈에 띄게 힘을 잃고 있다. 지식재산처 특허심판원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연 「2026 지식재산 심판 국제포럼」 자료에 담긴 숫자가 이를 보여준다. 미국 특허무효심판(IPR)의 심판 개시율은 2024 회계연도 68%에서 2026 회계연도 41%로 떨어졌고, 청구 건수는 같은 기간 1,250건에서 452건으로 약 64% 줄었다. 한 해 사이 개시율이 27포인트 빠지는 일은 흔치 않다.

이 글은 포럼 발표 내용 가운데 한국 기업에 직접 닿는 부분을 골라, 제도가 무엇을 바꾸는지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

왜 지금 심판제도인가

지식재산 분쟁의 무게중심이 법원에서 행정심판 쪽으로 옮겨 간 것이 배경이다. 특허를 무효로 만들거나 상표·디자인 권리를 다투는 일이 특허청 계열의 심판기관에서 먼저 처리되면서, 각국 심판기관의 운영 방식이 곧 기업의 분쟁 비용을 결정하게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권리 범위와 유사 판단의 기준 자체를 흔들고, 같은 발명이 여러 나라에 동시에 등록되면서 한 나라의 판단이 다른 나라 협상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겹쳤다.

그래서 이번 포럼은 새 제도를 우리나라가 만들겠다는 발표가 아니라, 주요 5개국(한국·미국·유럽·중국·일본)이 각자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한자리에서 비교하는 자리다. 약 150명이 참석했고, 계승균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과 김기범 특허심판원장이 머리를 맞댔다.

미국: 문턱이 높아진 무효심판

IPR은 미국 특허상표청(USPTO) 안의 행정심판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쪽이 "그 특허는 무효"라고 맞붙는 통로다. 특허청장의 재량권이 확대되면서 심판을 열지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에서 걸러지는 사건이 늘었다. 발표 자료는 개시율 68%→41%, 청구 1,250건→452건이라는 수치로 그 변화를 요약한다.

실무적 의미는 분명하다. 무효심판 청구를 1차 대응 수단으로 삼고 "일단 내고 보자"고 접근하던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발표자들이 권한 대안은 소송 같은 다른 분쟁 대응 수단을 처음부터 병행해 검토하라는 점이다.

유럽: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다

유럽특허청(EPO) 항소심판부는 24개월 넘게 계류된 사건을 2024년 말 729건에서 2025년 말 234건으로 약 68% 줄였다. 2025년 구술심리의 62%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계류 감소와 화상심리 확대를 묶어 심판절차의 효율화 사례로 소개한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방향이다. 사건을 빨리 처리하는 방법으로 인력만 늘린 것이 아니라, 절차를 원격으로 돌리는 방식을 병행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유럽 항소심에 직접 출석해야 했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중국과 일본: 상표와 디자인

중국 국가지식재산국(CNIPA)의 상표무효심판 심결 건수는 2021년 5만 7,800건에서 2025년 7만 5,333건으로 약 30% 늘었다. 악의적 상표출원과 유명상표 보호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무효를 다투는 창구가 그만큼 활발히 쓰이고 있다는 점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에 중요하다.

일본은 디자인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AI가 만든 디자인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주제였다. AI 생성 디자인은 "누가 창작자인가"라는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어서, 각국이 아직 답을 정리하는 중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누가 얻고 누가 잃나

  • 얻는 쪽 — 방어적 대응이 필요한 중소·중견 기업: 무효심판 남용의 문턱이 높아지면, 특허를 가진 쪽이 소송 압박에 덜 노출된다. 유럽의 계류 단축과 화상심리는 출석 비용을 낮춘다.
  • 얻는 쪽 — 권리자(특허·상표 보유 기업): 무효심판으로 권리가 흔들릴 가능성이 줄고, 상표 무효 다툼이 활발해지는 중국에서는 등록 상표의 방어 논리가 강해진다.
  • 잃는 쪽 — 무효심판을 주력 공격 수단으로 쓰던 기업: 미국에서 개시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소송 비용과 준비 기간이 늘어난다.
  • 잃는 쪽 — 악의적 상표출원 세력: 중국 심결 증가는 이들을 겨냥한 압박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해관계는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권리를 가진 쪽과 권리를 무효로 만들려는 쪽이 같은 제도 변화에서 서로 반대의 셈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통념과 다른 지점

"심판은 늘 문을 넓히는 방향으로 간다"는 통념은 이번 자료에서 깨진다. 미국은 문턱을 높였고, 유럽은 사건 수를 줄이는 대신 속도를 택했다. 심판제도의 성숙은 접수 건수 증가가 아니라, 어떤 사건을 받고 어떤 사건을 걸러내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정교해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하나, 중국의 상표무효심판 30% 증가를 "분쟁이 늘었다"는 나쁜 소식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악의적 출원에 대한 대응 창구가 실제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계와 확인되지 않은 것

미국 개시율 하락의 원인을 발표 자료는 특허청장 재량권 확대로만 설명한다. 개시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기준이 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인지는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겨 둔다.

유럽 계류 감소가 심판관 증원 때문인지, 사건 처리 방식 변경 때문인지도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한국 특허심판원이 이 사례들을 자국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이번 포럼은 결론을 내지 않았다. 종합토론에서 "발전 방향과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기업이 지금 할 일

  • 미국에서 무효심판을 계획하고 있다면, 개시 가능성을 낮게 잡고 소송 경로와 비용을 함께 비교한다.
  • 유럽 항소심이 걸려 있다면, 화상심리로 진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 출석 비용을 줄인다.
  • 중국 시장에서 상표를 쓰고 있다면, 악의적 선점 여부를 먼저 점검하고 무효심판 청구 요건을 정리해 둔다.
  • 디자인권이 AI 생성물과 겹친다면, 창작 과정의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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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처 보도자료 '주요 5개국 지식재산 심판제도 변화 한자리에' 화면 — 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정부 공공저작물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지식재산처 보도자료 한 건이다. 보도자료는 정부 기관의 입장을 담은 자료로, 심판제도 운영에 대한 비판이나 이용자 측의 불만, 패소 당사자의 시각은 빠져 있다. 포럼 발표의 구체적 내용도 요약 형태로만 전달됐으므로, 실제 정책 변경은 후속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참고 자료

  • 지식재산처 특허심판원, 「주요 5개국 지식재산 심판제도 변화 한자리에」, 2026. 11. 6. 배포
  • 정책브리핑 원문: korea.kr 보도자료
  • 문의: 특허심판원 심판정책과 (042-481-5917)

심판제도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 기업에 유리한 변화일까요, 아니면 분쟁을 법원으로 몰아 비용을 키우는 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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