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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 강남구의 골목상권 점포 하나는 한 달에 평균 3261만 원을 팔았다. 같은 해 서울 도봉구의 골목상권 점포 하나는 1315만 원을 팔았다. 같은 도시, 같은 생활밀착형 업종, 같은 “골목”인데 매출 차이는 두 배를 넘었다. 서울시립대 김현철 석사와 이승일 정교수가 발표한 ‘서울시 골목상권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가 2019년 5월 언론에 소개된 숫자다.

이 격차를 두고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설명은 두 가지다. “강남은 손님이 많으니까”와 “도봉은 상권이 죽었으니까”. 그런데 연구진이 실제로 찾아낸 변수는 그 둘과 조금 달랐다. 매출을 가른 것은 유동인구만이 아니라 건물이 얼마나 낡았는가였다.

25개 구, 한 달 매출의 서열

기사에 실린 2017년 자치구별 골목상권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이렇다. 강남구 3261만 원, 서초구 2598만 원, 마포구 2336만 원, 용산구 2318만 원, 성동구 2100만 원, 중구 2054만 원, 노원구 2009만 원. 이어 종로구 1903만 원, 양천구 1863만 원, 동작구 1802만 원, 성북구 1798만 원, 송파구 1777만 원, 영등포구 1728만 원, 광진구 1701만 원, 강서구 1694만 원, 중랑구 1684만 원, 관악구 1669만 원, 은평구 1665만 원, 강동구 1642만 원, 동대문구 1582만 원, 구로구 1559만 원이었다.

1500만 원 선 아래에는 네 곳이 남았다. 서대문구 1430만 원, 금천구 1418만 원, 강북구 1416만 원, 도봉구 1315만 원. 1위와 최하위의 차이는 1946만 원이다. 기사의 제목이 말한 “최대 2000만 원 차이”는 이 계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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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역삼동의 골목 풍경 — Christophe95,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골목상권이란 무엇인가

골목상권은 기사에서 “대로변 뒷골목, 거주지 인근에 형성된 생활밀착형 업종 밀집지역”으로 정의된다. 같은 기사가 대비시키는 개념이 ‘발달상권’이다. 교통 여건이 좋고 상가와 오피스텔이 밀집한 지역, 즉 큰길을 따라 형성된 상업지구를 말한다. 강남대로나 종로처럼 유동인구가 몰리는 곳이 발달상권이라면, 그 뒤편의 세탁소·분식집·반찬가게·치킨집이 모인 골목이 골목상권이다.

서울특별시는 면적 605.25㎢에 25개 자치구, 427개 행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골목상권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도시의 거의 모든 주거지에 골목상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치구마다 하나씩은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골목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매출을 올린 세 가지 조건 — 그리고 낡은 건물

연구진이 확인한 첫 번째 요인은 상업·업무시설의 밀집도다. 서울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지역에서는 발달상권뿐 아니라 그 뒤편 골목상권의 점포당 매출액도 컸다. 오피스에서 나온 직장인이 점심과 저녁을 골목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강남·서초·중구가 상위권에 오른 배경이다.

두 번째는 접근성이다. 버스 승·하차 인원이 많은 골목상권일수록 매출이 높았다. 연구진의 해석은 명확하다. 외부 지역에서 오는 잠재 고객이 많을수록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멀지만 버스 정류장이 여러 개 붙은 골목이 의외로 장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가 건물의 노후도다. 낡은 건물이 많을수록 골목상권 매출액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노후도가 낮은 신식 상가건물이 매출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이 항목이 이 연구의 가장 조용한 발견이다. 매출은 손님 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노후도가 매출을 깎는 경로는 대체로 세 갈래다. 첫째, 설비다. 냉난방과 환기, 배관, 전기 용량이 부족한 건물에서는 배달·포장 중심의 업종도, 좌석을 두는 업종도 효율이 떨어진다. 둘째, 접근성이다. 계단만 있는 건물, 경사진 진입로, 좁은 골목 폭은 고령 고객과 유모차를 가진 고객을 밀어낸다. 셋째, 업종의 한계다. 화재·위생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노후 점포에는 프랜차이즈나 신규 브랜드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건물이 낡으면 매출이 낮다”는 관계가 자치구 단위의 큰 흐름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은, 골목상권 문제를 상인 개인의 역량 문제로만 환원하기 어렵게 만든다.

경쟁이 많은데 매출이 오르는 업종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음식점·주점업은 점포가 많을수록 매출액이 높았다. 흥미로운 결과다. 보통은 같은 업종이 늘면 파이를 나눠 갖는다고 본다. 그런데 먹거리 업종은 밀집할수록 손님이 그 골목을 “먹자골목”으로 인식하고 찾아온다는 집객 효과가 작동한다.

반대로 음식점·주점업이 아닌 업종은 점포 간 경쟁 때문에 점포가 많을수록 매출액이 감소했다.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처럼 생활 수요가 정해져 있는 업종은 골목 안에 하나 더 생기면 기존 점포의 몫이 줄어든다. 같은 “경쟁”이라도 업종에 따라 의미가 정반대라는 것이 이 연구의 실무적 함의다.

권리금, 보증금, 월세, 공실률 — 골목의 비용 구조

한국 상가 임대차에는 독특한 항목이 붙는다. 권리금이다. 상가를 빌릴 때 기존 임차인에게 “자리값”과 “영업 가치”를 얹어 주는 돈으로, 시설·비품 같은 유형 권리금과 단골·영업 노하우 같은 무형 권리금으로 나뉜다. 매출이 좋은 골목일수록 이 금액이 커지고, 창업자의 초기 부담을 키운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여기에 관리비와 부가세가 붙는다. 매출 1500만 원인 골목의 점포가 월세와 인건비, 재료비를 빼고 남기는 금액은 매출 3000만 원 골목의 점포보다 훨씬 빠르게 얇아진다. 매출 격차는 곧 생존 격차가 된다.

공실률은 전체 점포 중 비어 있는 비율이다. 골목에서 공실이 늘면 보행 흐름이 끊기고, 남은 점포의 매출이 줄고, 다시 공실이 늘어나는 순환이 생긴다. 연구진이 “소상공인이 단기간에 창업과 폐업을 반복해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상권이 쇠퇴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설 — 골목은 외곽에 많고, 매출은 중심에 있다

연구진은 “골목상권은 주거 중심의 중랑구, 노원구, 도봉구 등 서울 외곽지역에 분포하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상업·업무시설이 밀집해 발달상권이 인접한 강남구와 종로구 등에서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골목상권이 많은 곳과 골목상권이 잘 버는 곳이 다르다는 뜻이다.

여기에 통념을 뒤집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상위 10% 매출을 기록한 골목상권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강남구였지만, 하위 10% 매출 골목상권이 많은 곳은 도봉구에 그치지 않고 송파구이기도 했다. 송파구의 전체 평균은 1777만 원으로 중위권이다. 평균이 좋은 구에도 어려운 골목이 있고, 평균이 낮은 구에도 잘 되는 골목이 있다. 자치구 평균만 보고 “어느 구가 살 만한가”를 판단하면 상권의 실제 지형을 놓친다.

이 지점에서 “상권이 죽었다”는 진단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문을 닫은 점포는 상권의 종말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감당 가능한 임대 조건과 업종이 바뀌었을 뿐일 수 있다. 노원구처럼 주거 중심 외곽인데도 평균 2009만 원으로 중상위권에 오른 사례는, 배후 주거 수요가 안정적인 골목은 유동인구가 적어도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료의 한계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이 글의 근거인 기사는 2019년 5월 13일 보도된 뉴시스 기사를 동아일보가 실은 것이다. 분석 데이터는 2017년 기준이며, 7년 이상 지난 시점의 상권을 설명하는 데 그대로 쓸 수 없다. 2017년 이후 배달앱, 무인 점포, 외국인 관광객 회복 같은 변수가 서울 상권의 구도를 다시 흔들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연구와 보도의 이해관계다. 이런 상권 연구는 자치구의 정책 예산 편성, 상인회의 지원 요구, 부동산 중개업계의 상권 마케팅에 인용되기 쉽다. “건물 노후도가 매출을 결정한다”는 결론은 재개발·리모델링 사업의 논거로 쓰일 수 있고, “경쟁이 많을수록 매출이 오른다”는 결론은 창업 유도를 위한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이 글은 기사에 명시된 수치만 인용했으며, 원문에 없는 비교 수치는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지역과의 직접 비교 자료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당신이 자주 가는 골목은 어떤가. 잘 되는 것 같은데도 가게가 자주 바뀌는 골목인가, 조용한데 십 년째 같은 주인이 서 있는 골목인가. 매출이 높은 골목과 오래 가는 골목은 같은 곳일까. 골목을 살리는 데 필요한 것이 손님을 더 부르는 일인지, 건물을 고치는 일인지, 임대차 조건을 낮추는 일인지 — 당신 동네의 답을 듣고 싶다.

참고 자료

· ‘서울 골목상권 한달 매출, 최대 2000만원 차이난다’ — 동아일보(뉴시스), 2019년 5월 13일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0513/95494735/1

· 연구: 김현철·이승일, ‘서울시 골목상권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 이미지: ‘Street in Yeoksam-dong, Gangnam-gu’ — Christophe95,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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